더지엠뉴스 정은영 기자 | 소비재 상장사들이 반도체와 산력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며 주가 이상변동 공시가 이어졌다. 본업 성장 둔화와 풍부한 현금흐름이 기술주 투자 명분으로 쓰였지만, 일부 투자 대상은 매출 부재와 적자 확대를 함께 드러냈다.
21일 중국 증권시장에 따르면, 중국 건강기능식품 대형기업 탕천베이젠(汤臣倍健·300146.SZ)은 원립베이징반도체기술에 5000만 위안(약 112억3000만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탕천베이젠은 자체 보유 자금으로 원립베이징반도체기술의 신규 등록자본 2만326위안(약 456만6000원)을 인수하고 지분 0.9671%를 확보한다. 나머지 자금은 자본잉여금으로 들어간다.
원립베이징반도체기술의 사업 범위는 집적회로 설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처리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이 회사의 2025년 매출은 379만6600위안(약 8억5300만 원), 순손실은 6295만9400위안(약 141억4000만 원)이었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이 없었고 순손실 1091만5200위안(약 24억5000만 원)을 냈다.
탕천베이젠은 해당 투자를 재무적 투자라고 규정했다. 반도체 분야 배치를 통해 기술기업 성장에서 중장기 가치 상승을 공유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회사는 투자 대상이 본업과 직접 관련이 없고, 산업 이해 부족, 기술 노선 판단 오류, 시장 전망 오판 위험이 존재한다고 공시했다. 초기 단계 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연구개발 지연, 경쟁 심화가 투자 회수와 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구도 함께 넣었다.
소비재 기업의 기술주 진입은 탕천베이젠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과즙 기업, 장난감 기업, 조미료 기업이 각각 반도체 소재, 산력 서비스, 대형모델과 반도체 소재 쪽으로 사업 방향을 넓혔다. 이들 기업은 모두 최근 주가 급등락을 겪었고, 일부는 단기간에 여러 차례 주식거래 이상변동 공시를 냈다.
장난감 제조업체 가오러주식(高乐股份·002348.SZ)은 16일 전액출자 자회사가 35억5700만 위안(약 7987억 원) 규모의 산력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5년이며 서비스 비용은 월 단위로 지급된다. 회사는 장비 제조가 아니라 산력과 운용·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오러주식은 이 계약이 2026년에 약 2억 위안(약 449억2000만 원)의 매출을 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2026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고, 회사가 2026년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계약이 미래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는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최종 수치는 감사받은 매출을 따르게 된다.
가오러주식은 이미 4월 27일 이사회 업무보고에서 산력 인프라 투자·건설·운영과 토큰 운영을 상시 경영 업무에 포함했다. 5월 19일과 31일에는 3거래일 연속 종가 상승률 괴리치가 20%를 넘었다는 이유로 주가 이상변동 공시를 냈다. 31일 공시에서는 AI 장난감과 산력 운영 등 신규 사업이 실제 매출을 내지 못했고 회사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형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즙기업 안더리(安德利·605198.SH)는 반도체 재료로 방향을 잡았다. 안더리는 15일 자체 자금 또는 조달 자금으로 닝보융창과기의 지배권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초기 거래대금은 6억~8억 위안(약 1347억6000만~1796억8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닝보융창과기는 집적회로 전자정보 연결재료 연구개발과 생산에 집중하는 첨단기술 기업이다. 회사는 연간 1000만㎡ 규모의 동박적층판과 반경화시트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직접 고객에는 선난전로, 후스전자, 성훙과기, 싱썬과기 등이 있고, 최종 고객에는 랑차오정보, 중커수광, 신화싼 등이 포함된다.
안더리는 인수 공시 당일 거래소로부터 인수 사항에 관한 감독 업무 서한을 받았다. 2차 시장에서는 5월 14일과 6월 16일 두 차례 주가 이상변동 공시 요건을 충족했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상승률 괴리치가 20%를 넘었고, 회사 주가수익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은 업종 평균보다 크게 높아졌다.
조미료와 글루탐산나트륨을 주력으로 하는 롄화홀딩스(莲花控股·600186.SH)는 최근 3년 동안 네 차례 사업 전환을 진행했다. 회사는 산력, 반도체, 대형모델 분야에 모두 손을 뻗었다. 5월 26일에는 전액출자 자회사 항저우롄화커촹이 상하이 계보성진에 최대 3억 위안(약 673억8000만 원)을 증자해 대형모델 분야로 들어간다고 공시했다.
롄화홀딩스가 앞서 추진한 서버 임대 사업은 부담을 남겼다. 2025년 해당 부문 매출은 약 1억2200만 위안(약 27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3%에 그쳤고, 연간 2857만8600위안(약 64억2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산력 사업의 실제 착지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이 재무제표에 드러났다.
롄화홀딩스의 주가는 사업 전환 발표 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회사는 5월 26일 증자 발표 당일 주가 이상변동 공시를 냈고, 사흘 뒤에는 3거래일 연속 급락으로 다시 이상변동 공시를 냈다. 같은 날 회사는 산력 업무 추진이 느리고 여러 계약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거나 이미 종료됐으며, 융자잔액도 줄었다고 밝혔다. 이후 주가가 다시 강해지자 6월 9일과 17일에도 주식거래 이상변동 공시를 냈다.
롄화홀딩스의 전환 경로는 2023년 산력 임대 진입에서 시작됐다. 2025년에는 AI 에이전트 일체형 장비를 내놨고, 2026년 4월에는 선전뉴피스를 인수해 반도체 ABF 필름 재료로 들어갔다. 5월에는 대형모델 기업 계보성진 투자를 추가하며 기술 분야 확장을 이어갔다.
소비재 기업들이 반도체와 산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본업의 성장 한계가 깔렸다. 재련사는 한 소비재 상장사 반도체 투자 담당 임원을 인용해, 기존 업종에서 이미 선두권에 오른 회사들이 제한된 성장 공간과 풍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익 방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일부 기업이 시가총액 관리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신흥 산업에서 두 번째 성장곡선을 찾으려는 회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술 분야 진입이 본업 경쟁력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 과즙, 장난감, 조미료 기업이 반도체 설계, 반도체 재료, 산력 서비스, 대형모델 투자로 이동하는 과정에는 산업 이해도와 기술 검증, 고객 확보, 현금 회수의 간극이 존재한다.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실적 검증이 뒤따르는 구조에서는 계약 규모와 지분투자 금액보다 실제 매출, 손익, 실행률이 더 직접적인 확인 지표로 남는다.
탕천베이젠 투명공장 생산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