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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6 (일)

[분석]반도체도 태양광 전철 밟나…AI 증설의 덫

삼성전자 이익 1810% 폭증에도 급락…시장은 공급과잉을 샀다

 

더지엠뉴스 조익철 기자 |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을 19배 가까이 늘렸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장중 7%가량 급락했다. AI가 끌어올린 메모리 가격과 사상 최대 이익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대규모 증설이 수년 뒤 쏟아낼 공급량에 매도 주문이 몰렸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三星电子·005930.KS)는 2분기 연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74조원보다 131% 늘었고 영업이익은 4조6800억원에서 1810%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한 분기에 거둔 영업이익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장중 약 7%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장중 5% 안팎 밀렸다. 19배로 불어난 영업이익이 공개된 날 반도체주에서는 차익 실현과 업황 고점 경계가 겹쳤다.

 

8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 HBM과 범용 D램 가격 상승, 낸드플래시 수익성 개선이 겹친 결과다. 2025년 2분기 4조6800억원에 불과했던 전사 영업이익이 1년 만에 84조7200억원 늘었다. 메모리 가격과 제품 구성 변화가 삼성전자 수익을 수십조원 단위로 끌어올렸다.

 

세계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은 3분기에도 가격을 밀어 올린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0~1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AI 서버 수요가 생산능력을 선점한 가운데 스마트폰과 PC 제조사가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상승 폭은 앞선 분기보다 줄었다.

 

HBM 생산에는 범용 D램보다 많은 웨이퍼와 긴 생산기간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은 차세대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짜리 공급계약을 확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美光科技·MU)는 생산라인과 첨단 패키징 시설에 자금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SK海力士·000660.KS)는 미국 나스닥 ADR 발행으로 265억달러(약 39조7300억원)를 조달했다. 공모가는 149달러(약 22만3000원), 첫날 종가는 168.01달러(약 25만2000원)로 공모가보다 12.8% 올랐다. 외국 기업의 미국 주식 발행 가운데 최대 규모였으며 투자 수요는 발행 물량을 7배 이상 웃돌았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한국의 HBM 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라인,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 거점에 투입한다. 미국 ADR 상장으로 미국 투자자는 엔비디아나 마이크론을 거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반도체가 세계 증시에서 가장 거래가 몰린 업종 가운데 하나라는 경계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한국 반도체 생산단지에는 장기간에 걸쳐 수백조원이 투입된다. 마이크론도 일본에서 HBM과 첨단 메모리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 시험생산, 수율 확보, 고객 인증을 거친 물량은 투자 결정 이후 수년에 걸쳐 시장에 풀린다.

 

반도체 공장은 메모리 가격이 가장 높고 고객 주문이 밀려드는 시점에 착공된다. 완공 시점에는 경쟁사 공장과 기존 라인 증설 물량이 함께 가동된다. 모든 기업이 개별적으로 수요를 따라 투자해도 산업 전체 생산능력은 실제 수요보다 빠르게 늘 수 있다.

 

중국 산시성 기반의 태양광 소재·모듈 기업 룽지그린에너지(隆基绿能·601012.SH)는 2018년 약 26억위안이던 순이익을 2020년 약 85억위안까지 늘렸다. 주가는 2019년 42%, 2020년 270% 상승했고 2021년 초 시가총액은 한때 5000억위안(약 110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태양광 설치 확대와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이 제품 가격과 이익률을 끌어올렸다.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과 탄소중립 정책 발표 뒤 태양광 수요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기존 태양광 기업은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 공장을 늘렸고 다른 업종의 기업도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착공부터 가동까지 2~3년이 걸린 생산시설은 2023년 이후 시장에 물량을 쏟아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고점인 t당 약 30만위안(약 6636만원)에서 3만위안(약 664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태양광 모듈 가격도 W당 2위안이 넘던 수준에서 0.6위안 안팎으로 내려갔다. 판매량 증가가 가격 하락을 메우지 못하면서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전 공급망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룽지그린에너지는 202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2025년 매출은 703억4700만위안(약 15조5600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이 이어졌다. 회사는 2025년 순손실을 전년보다 21억7300만위안 줄였다고 공시했다.

 

룽지그린에너지 주가는 시가총액 5000억위안 고점 이후 80% 넘게 하락했다. 태양광 설치량은 계속 늘었지만 모듈과 소재 가격이 생산비용 아래로 내려가면서 제조사의 이익이 사라졌다. 산업 성장률과 상장기업 수익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사례다.

 

중국 의료용 장갑 기업 잉커의료(英科医疗·300677.SZ)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순이익이 2019년 1억7800만위안에서 2020년 약 70억위안으로 늘었다. 1년 만에 순이익이 38배 넘게 증가했고 영업현금흐름은 85억9000만위안에 달했다. 주가는 2019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약 30배 뛰었다.

 

잉커의료가 70억위안의 순이익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내놓은 2021년 3월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도 70억위안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2022년 순이익은 6억2900만위안으로 급감했다. 세계 각지에서 장갑 생산라인이 가동되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끝났다.

 

잉커의료 주가는 최고점에서 약 90% 떨어졌다. 1000억위안(약 22조1200억원)을 웃돌았던 시가총액은 300억위안 안팎으로 축소됐다.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 발표보다 장갑 가격과 신규 생산능력 변화를 먼저 반영했다.

 

 

태양광 모듈과 의료용 장갑은 업체 수가 많고 제품 차별화가 제한적이다. HBM은 미세공정 D램 생산, 실리콘관통전극, 적층, 첨단 패키징, 발열 제어, 고객 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세계 HBM 공급을 사실상 분점해 신규 기업이 단기간에 진입하기 어렵다.

 

높은 기술 장벽은 가격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을 늦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생산능력을 함께 늘리고 수율을 끌어올리면 기존 3개 기업 안에서도 공급 증가가 발생한다. 신규 업체가 없어도 과점기업들의 증설만으로 시장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HBM 수율이 오르면 같은 웨이퍼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 수가 늘어난다. 제조사에는 원가 하락과 생산성 개선이지만 시장에는 공급량 증가로 반영된다. HBM4 생산 안정화와 첨단 패키징 병목 해소가 맞물리면 출하량은 신규 공장 가동 이전에도 늘어난다.

 

HBM 생산 확대는 범용 D램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제조사가 웨이퍼를 HBM에 우선 배정하면 DDR5와 모바일 D램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른다. HBM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져 생산라인을 범용 D램으로 돌리면 범용 제품 공급이 한꺼번에 늘어난다.

 

AI 데이터센터는 현재 메모리 공급 증가분을 흡수할 가장 큰 수요처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자체 AI칩도 HBM을 사용한다. 생성형 AI 학습에서 추론 서비스로 투자가 확산되면서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도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비용은 전력망과 냉각시설, 토지, 변압기, 서버 조달비용까지 포함한다. 전력 공급 지연이나 AI 서비스 수익성 악화로 빅테크 기업이 설비투자 속도를 늦추면 메모리 주문도 줄어든다. 소수 대형 고객이 HBM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해 고객사 한 곳의 투자계획 변경도 공급업체 매출에 영향을 준다.

 

차세대 HBM4는 HBM3E보다 높은 가격과 성능을 제공한다. 제품 전환이 빨라질수록 기존 HBM3E 재고와 생산라인의 경제적 가치는 낮아진다. 고객 인증에서 밀린 업체가 생산 물량을 범용 D램으로 돌리면 HBM 경쟁이 일반 메모리 가격까지 흔든다.

 

트렌드포스가 예상한 3분기 D램 가격 상승률 13~18%는 공급 부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수치다. 낸드플래시도 10~15% 상승 전망을 유지했다. 소비자용 제품 수요 둔화와 가격 부담으로 상승 폭이 줄었다는 점은 가격 상승의 속도가 이미 고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과 HBM 평균판매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면 2026년 실적은 더 커질 수 있다. 신규 공장과 생산라인의 가동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은 출하량보다 재고와 가격을 먼저 확인한다. 메모리 재고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돌거나 장기계약 가격이 낮아지면 주가는 실적 감소보다 앞서 움직인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에는 500곳이 넘는 기관이 참여했다. ADR은 공모가 149달러에서 첫날 168.01달러로 상승했고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미국 시장의 AI 메모리 투자 수요는 공급과잉 우려보다 단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발표한 날 급락했다. 주가는 2025년 2분기 4조68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뒤 19배로 불어난 사실보다 2027년 이후 생산능력 증가를 반영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기업 이익 증가가 가장 가팔랐던 시점에 증설 투자도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태양광 산업은 세계 설치 수요가 늘어나는 동안 제조기업의 이익이 무너졌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 공장이 같은 시기에 가동되면서 가격이 생산원가 아래로 떨어졌다. 룽지그린에너지는 2025년 매출 703억4700만위안과 순손실을 공시했다.

 

AI 반도체는 태양광보다 적은 기업이 공급하고 제품 인증과 기술 장벽도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HBM과 첨단 D램, 패키징 시설을 모두 확대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을 13~18%, 낸드플래시 상승률을 10~1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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