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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4 (금)

중국 5조위안 전력망, AI 전력수요 어떻게 잡나

컴퓨팅센터와 서부 친환경 전력 연결…15차 5개년 계획 투자 80% 이상 확대

 

더지엠뉴스 이남희 기자 | 중국이 15차 5개년 계획 기간 5조위안(약 1050조원) 이상을 신형 전력망에 투입해 급증하는 AI 컴퓨팅 전력 수요와 태양광·풍력 발전을 연결한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서부지역 친환경 발전과 결합하고 송전망·배전망·에너지저장장치까지 묶어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국가 인프라를 구축한다.

 

18일 중국 정부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 국무원 제1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상수도망·신형 전력망·컴퓨팅 파워 네트워크·차세대 통신망·도시 지하 배관망·물류망으로 구성된 '6대 네트워크' 건설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했다. 사회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금융 체계 혁신도 제시했다. 중국 국무원은 한 달 전 상무회의에서도 6대 네트워크의 계획과 건설을 주요 정책 과제로 다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경제 주제 기자회견에서 6대 네트워크 구상을 처음 공개한 뒤 약 4개월 만에 대규모 투자가 구체화됐다. 중국 증권사 궈신증권은 올해 6대 네트워크 투자액을 약 5조위안(약 1050조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국내총생산의 약 3.4%에 해당하는 규모로, 15차 5개년 계획 기간 누적 투자액은 23조~25조위안(약 4830조~5250조원)으로 예상했다.

 

상수도망과 도시 지하 배관망, 물류망에는 기존 인프라를 개선하는 자금이 투입되고 신형 전력망과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 차세대 통신망에는 AI·디지털경제·신에너지 산업을 뒷받침할 자금이 집중된다. 신규 인프라 3개 분야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곳은 신형 전력망이다. 15차 5개년 계획 기간 투자액은 5조위안(약 1050조원)을 넘어 14차 5개년 계획 기간보다 8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발전량을 받아 소비지역으로 보내는 기존 송배전 방식만으로는 전력 수급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데다 신에너지 발전시설과 대규모 전력 소비지역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피치레이팅스의 아시아태평양 기업 신용평가 담당 샤웨주 이사는 기존 송배전망이 자원 배분과 유연한 전력 조정, 안전과 복원 기능을 갖춘 종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센터, 전기차 충전·교환시설, 신에너지 소재 공장은 기존 산업시설보다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전력 소비량뿐 아니라 시간대별 부하 변동도 커 전력망이 발전량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한다. 폭염과 한파, 홍수 같은 극한 기상까지 겹치면 발전·송전·저장·소비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대형 발전소에서 소비자로 전력을 보내던 단방향 구조에는 주 전력망과 배전망, 스마트 마이크로그리드가 서로 전력을 주고받는 다층형 구조가 추가된다. 공장과 산업단지, 데이터센터에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면 전력을 소비하면서 남는 전력을 공급하는 시장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주 전력망과 지역 배전망, 마이크로그리드 사이의 전력 교환도 확대된다.

 

석탄화력과 수력발전소가 주로 담당했던 전력 피크 조절에는 발전원과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 기업과 일반 사용자가 참여한다. 전력이 남을 때 배터리에 저장하고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다시 공급하는 방식뿐 아니라 산업시설과 데이터센터의 소비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발전·전력망·부하·저장장치를 하나의 조절 체계로 묶는 구조다.

 

발전회사 중심이었던 전력시장에는 산업·상업용 사용자와 에너지저장 사업자,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사, 가상발전소 사업자가 들어온다. 각 지역의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 충전시설, 산업설비를 디지털 기술로 묶으면 여러 소규모 설비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제어할 수 있다. 전력 생산과 소비 데이터를 토대로 발전량과 부하를 조절하고 전력 거래에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극한 기상이나 설비 고장으로 일부 전력망이 끊어졌을 때 주변 전력망과 분산형 발전시설을 이용해 공급을 복구하는 기능도 강화된다. 전력 의존도가 높은 데이터센터와 통신기지국, 철도, 병원, 도시 지하 기반시설이 늘면서 대규모 정전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도 커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송전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전력 공급을 얼마나 빨리 복원하느냐가 전력망 설계에 포함된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는 15차 5개년 계획 기간 컴퓨팅 파워 관련 전력 소비 증가분이 연간 1000억킬로와트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에는 컴퓨팅 파워 관련 전력 소비량이 8000억킬로와트시에 달해 중국 전체 사회 전력 소비량의 약 6%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처리가 늘수록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발전·송전·변전·저장시설도 함께 필요해진다.

 

 

중국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산 수요를 서부지역 데이터센터로 보내는 '동수서산' 사업에는 서부의 풍력·태양광 자원을 활용하는 구상이 결합된다. 서부지역에는 신에너지 발전자원이 풍부하지만 주요 전력 소비지역과 거리가 멀다는 문제가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신에너지 발전지역과 연결하면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하는 것뿐 아니라 연산 작업 자체를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선택지가 생긴다.

 

데이터센터는 모든 연산 작업을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처리할 필요가 없어 일부 부하를 지역과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연산 작업을 늘리고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일부 작업을 다른 시간이나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전력 가격과 발전량 정보를 컴퓨팅 자원 배분에 반영하면 데이터센터가 대형 전력 소비처에서 전력 수급 조절에 참여하는 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샤웨주 이사는 전력이 컴퓨팅 파워를 떠받치고 컴퓨팅 파워가 전력망 운영을 지원하는 상호 관계를 제시했다.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센터는 중단 없는 고품질 전력과 친환경 전력을 요구해 송전망 용량 확대와 발전·전력망·부하·저장시설 투자를 끌어낸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발전량과 전력 수요 예측, 설비 상태 파악, 실시간 전력 배분에도 투입된다.

 

차세대 통신망을 통해 분산형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배터리, 전기차 충전소, 데이터센터와 마이크로그리드의 발전·소비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소규모 발전시설과 전력 소비시설을 한꺼번에 제어하려면 고속·고신뢰 통신망이 필요하다. 전력망은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발전량과 저장량, 소비량을 조정한다.

 

양수발전소에서는 전력 수요가 적을 때 남는 전기로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리고 수요가 커지면 물을 떨어뜨려 다시 전기를 생산한다. 지역 간 수자원 배분과 홍수 조절, 저수 기능을 수행하면서 전력망에는 피크 조절과 주파수 조정, 에너지 저장, 비상전원 기능을 제공한다. 상수도망과 전력망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로 꼽힌다.

 

도시 지하 배관망에는 배전선과 통신선 등 여러 기반시설을 함께 배치할 수 있다. 지하에 흩어진 전력·통신·상하수도 시설의 위치와 상태를 통합 관리하면 고장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 구간을 파악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도시 생명선 안전 사업도 지하 인프라의 상태 감지와 위험 경보 체계를 포함한다.

 

항만의 육상전원과 전기 대형트럭 충전·교환시설, 물류단지와 콜드체인 시설이 늘어나면서 물류망의 전력 소비도 증가한다. 대형 물류허브에 태양광 발전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 대규모 충전시설을 함께 설치하면 물류시설이 전력 소비처와 분산형 발전·저장 거점 역할을 맡는다. 물류 이동 경로와 충전시설 배치를 전력망 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화베이전력대 에너지인터넷연구센터 왕융리 부소장은 컴퓨팅센터와 통신기지국, 철도교통, 충전·교환시설, 도시 지하 인프라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신규 전력 수요와 조절 자원, 운영 데이터는 다시 전력망의 건설 위치와 용량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전력망을 다른 5개 네트워크의 에너지 연결점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가전력망 허베이전력공사 경제기술연구원의 웨하오 수석전문가는 전력망과 상수도망의 건설 기간은 긴 반면 컴퓨팅과 통신산업의 기술 발전과 프로젝트 추진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각각 따로 건설하면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뒤 전력망 용량이 부족하거나 송전시설과 다른 기반시설의 공간이 충돌할 수 있다. 초고압 송전 회랑과 변전소, 에너지저장시설의 위치를 데이터센터와 통신기지국, 지하 공동구, 물류허브 계획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력망을 설계할 때 데이터센터와 펌프장, 물류 충전시설이 사용할 전력량을 함께 계산해 변전소와 송전선로 용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역별 인프라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면 개별 네트워크를 따로 건설하면서 발생하는 송전 회랑 충돌과 자원 배분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왕융리는 전력 가격과 부하 특성, 에너지 자원을 6대 네트워크의 입지와 운영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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