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중국과 유럽연합(EU) 수교 50주년을 맞아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협력 지속과 국제 공동 책임의식 강화를 강조했다.
2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궈자쿤(郭嘉昆, Guo Jiakun)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유럽은 다자주의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며, 경제와 문명 두 영역에서 세계의 균형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다.
중EU 정상회담은 올해로 25번째다.
이번 회담이 열리는 시점은 유럽 일부에서 중국의 시장 접근성과 지정학적 행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과 겹친다.
궈 대변인은 “세계는 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중국과 유럽이 손을 잡고 공동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양자 교역이 수십 년간 24억 달러(약 3조4천억 원)에서 7,858억 달러(약 1,126조 원)로 증가했고, 상호 투자 규모는 2,600억 달러(약 373조 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은 깊어졌고, 관계는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일부 소음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유럽 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삼중 정의’ 구도, 즉 ‘협력자이자 경쟁자이며 체제적 라이벌’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실질 협력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도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유럽 내 비판에 대해서는 “부당한 간섭”이라며 일축했다.
유엔 개혁 문제도 이날 언론의 질문에 다시 부상했다.
중국이 개혁을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기구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유럽 외교가의 비판에 대해, 궈 대변인은 "개혁의 핵심은 다자주의의 재건과 개발도상국 발언권의 실질적 강화"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엔 창설 80주년을 국제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며 “모든 변화는 광범위한 협의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된 미국계 금융사 웰스파고의 중국계 고위 간부 마오천위(茅晨月, Mao Chenyue)의 출국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궈 대변인은 “마오천위 씨는 중국 내 형사사건에 연루돼 법에 따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출국이 제한된 상태”라며 “외국 국적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내에서는 중국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치는 사법적 절차의 일환이며, 관련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는 보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지난주 방중을 마친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에 대해선 “양국 정상은 실질적 합의를 이뤘고, 중국은 호주와의 협력을 더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알바니즈 총리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윈항 문제를 다시 언급한 데 대해서도 중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 기업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다윈항 임대권을 취득했고, 그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과 관련한 이스라엘군의 군사행동에도 중국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은 보호돼야 하며, 국제 인도주의 활동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외교부 입장이다.
일부 외신이 보도한 미국 상무부 직원의 중국 내 출국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모든 입출국 조치는 법에 따라 처리된다”고만 말했다.
한편,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을 잃은 데 대해선 “내정 문제에 대한 언급은 삼간다”고 하면서도 “중일 간 정치적 신뢰를 높이고 전략적 관계를 안정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으며, 유럽연합이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중국 은행과 기업을 추가 제재한 것에 대해선 “근거 없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협력은 이념보다 강하다”는 기조 아래, 중EU 관계가 새로운 50년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국제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