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출발점이자 장기 축적의 도시로 다시 평가받다[시장 인사이트 65]

  • 등록 2025.12.16 07: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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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제조·생태계가 오랜 시간 누적되며 반도체 전주기를 지탱하는 구조 형성

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탄생을 이야기할 때 우시(无锡, Wuxi)는 늘 출발지에 놓여 있다. 초기 공정 기술을 받아들이고 산업 기반을 만들던 시기부터 소재·장비·설계·패키징·테스트가 모두 집적되는 성숙기까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장기 생태계로 움직이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지탱해온 축을 만들어왔다.

 

16일 KIC중국에 따르면, 우시는 국가적으로 집적회로 산업을 육성하기 전에 이미 전자공업의 기반을 갖추고 있었고, 이후 집적회로 제조라인이 도시에 들어서면서 산업의 첫 발걸음이 이뤄졌다. 초기 산업단지에서는 공정 장비와 재료 기술이 완전히 외부 의존도에 기대어 운영됐지만, 제조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고 공정 단계에서 생기는 변동 요소를 세밀하게 기록하며 도시 전체가 정밀 제조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

 

제조기업들은 반도체 공정의 기본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미세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도·압력·정렬 오차 같은 세부 요인을 지속적으로 쌓아갔고, 이를 장비 조정과 새로운 공정 개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기술 기반을 굳혔다. 이러한 기초 작업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장기적 축적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업계 특유의 정교함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시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도시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장비·소재 기업까지 우시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공정에 필요한 레지스트·웨이퍼·세정용 화학물질·정밀 부품 같은 소재 기업들은 제조기업과 같은 단지 안에서 공정을 조율할 수 있게 되었고, 장비 기업은 생산 라인에 직접 들어가 기계의 반복 동작을 보정하며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장비-소재 세 축이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돼 도시 단위의 IC 산업 구조가 형성되었다.

 

공급망이 한 도시에 구축되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장점 중 하나인 ‘반응 속도’가 생긴다. 우시의 기업들은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소재 기업과 장비 업체와 함께 즉시 조정 작업을 진행하며, 제품 설계 단계에서 공정 조건을 반영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는 생산 효율 외에도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중요하며, 우시의 제조 기술이 점진적으로 안정화된 배경이 되었다.

 

설계 산업의 성장도 우시가 가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도시의 초기 산업 구조는 제조 중심이었지만, 반도체 시장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설계 기업이 우시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성능 컴퓨팅·전력 반도체·자동차용 칩·통신용 칩 같은 분야에서 설계 기업은 기능 최적화·전력 소비 절감·시스템 연동 같은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제조단지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설계-시제품 제작-양산 테스트를 빠르게 반복했다. 이런 구조는 개발 속도를 단축시키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패키징과 테스트 산업은 우시 생태계의 또 하나의 중추다. 반도체 성능 향상이 공정 미세화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기술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환경에서, 패키징 기업들은 고집적 패키징·3D 패키징·고효율 열 분산 구조를 개발하며 제조기업과 직접 협업했다. 테스트 기업은 칩의 전기적 성능·신호 안정성·환경 변화에 따른 반응을 심층 분석해 제조 공정 개선에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러한 기능적 연속성이 도시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점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구현하기 어렵다.

 

 

 

도시 차원의 연구 기반도 우시 산업 구조를 크게 강화했다. 지역 대학과 연구소는 반도체 재료공학·신호처리·고주파 회로·전력전자 등 세부 분야에서 연구를 축적했고, 이 인력은 산업단지의 R&D 부서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바로 공정 개선이나 장비 연구에 투입할 수 있었고, 이는 산업의 지속적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했다.

 

우시는 산업단지와 도시 구조를 서로 분리하지 않고, 공동 연구시설·공정 실험실·장비 테스트센터·데이터센터 같은 기술 인프라를 산업지역에 집적시키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설계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공정 개발과 문제 해결, 신제품 검증이 하나의 연속 과정으로 이어지게 만들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반도체 같은 정밀 산업에서 이러한 공간적 연속성과 기능적 밀착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신형 반도체 기술의 도입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는 고전압·고효율 특성이 요구되는 IGBT·SiC 기반 장비가 연구·제조체계 안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우시는 전력 장비 기업과 소재 기업이 함께 공정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해 산업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AI·자동차·신에너지·통신 같은 신흥 분야에서 요구되는 칩 수요가 증가하면서, 도시 내 장비 기업과 제조기업은 공정 구조를 새롭게 조정하며 기술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장비 국산화 움직임도 우시 산업생태의 중요한 축이다. 고난도 공정 장비는 자동 제어·초정밀 구동·광학·열관리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결합된 복잡한 장비인데, 우시는 이러한 장비의 국산화 실험과 조정 작업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 지역이다.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비 성능을 개선하고, 장비·소재·공정 조건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며 기술 독립성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에서는 고성능 장비를 활용해 대량 검증 데이터를 구축했고, 이는 칩의 실제 동작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제조·설계 기업이 기술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우시가 패키징과 테스트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 시스템 때문이다. 생산된 칩은 제조단지 안에서 즉시 테스트를 통해 검증되고, 이는 다시 제조 공정으로 환류되며 전체 공정의 정교함을 높이는 구조를 만든다.

 

도시의 장기적 산업 정책도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적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우시는 반도체 기업을 단순히 유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조 라인·공정 장비·소재 실험 구조가 반복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 인력과 기업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영해왔다. 이런 정책은 반도체 산업에서 요구되는 안정성과 장기 투자 구조에 맞춰 설계되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KIC중국은 우시가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초기 발전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제조·설계·패키징·테스트·장비·소재가 유기적으로 얽힌 구조를 가장 오래 유지한 도시로서 반도체 전주기의 지속적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형성해왔다고 설명했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

 

김대명 기자 deamyong709@theg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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