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 | 파리 시민들은 31일 밤, 축제와 폭력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파리생제르맹(PSG)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터밀란을 5-0으로 꺾고 창단 이래 첫 우승을 거두자, 대규모 축하 인파가 도심 곳곳으로 몰려들었다.
1일 프랑스 내무부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번 결승전은 사전부터 고위험 경기로 분류돼 파리 전역에 5,400명의 경찰과 헌병이 배치됐으며, 샹젤리제(Champs-Elysées) 및 개선문(Arc de Triomphe) 주변 차량 통행은 전면 차단됐다.
그러나 경기 종료 전부터 파리 남서부의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 경기장 부근과 도심 중심가에서 폭력과 충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최소 81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진압봉과 최루탄을 동원해 군중 해산에 나섰으나, 일부 폭력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특히 샹젤리제에서는 군중이 대형 스크린으로 결승을 관람한 뒤 거리로 몰리며 차량 방화, 공공물 파손, 경찰과의 충돌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일부는 도심 순환도로에 뛰어들어 교통을 마비시켰고, 곳곳에서는 자전거, 매트리스 등이 불에 타는 장면도 포착됐다.
현장을 지휘한 경찰 측은 “공공질서를 교란한 이들을 최대한 강력하게 제압했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탈로(Bruno Retailleau) 프랑스 내무장관은 SNS를 통해 “진정한 PSG 팬들은 경기를 기뻐하지만, 거리에서는 범죄자들이 폭력을 일삼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파티가 야만의 공포로 바뀌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찰 대응 강화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PSG의 공식 매장도 전날부터 봉쇄 조치에 들어갔으며, 이는 ‘약탈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이날은 파리뿐 아니라 결승전이 열린 독일 뮌헨에서도 일부 충돌이 발생했다.
경기장 주변 대중교통 내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팬들 간의 싸움이 벌어졌고, 일부는 돌을 던지며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고 독일 언론 빌트(Bild)는 보도했다.
이처럼 PSG의 역사적 승리는 유럽 두 도시를 동시에 들끓게 했으며, 유럽 대도시의 축구문화와 공공안전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31일 밤 파리는 그 승리의 기쁨만큼이나, 무질서와 분노의 흔적을 남긴 채 깊은 밤을 맞이했다.
파리시청과 프랑스 정부는 이날 발생한 폭력 시위의 영상과 자료를 수집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경찰은 “경기를 명분 삼은 무정부적 폭력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CCTV와 드론 영상을 바탕으로 추가 기소 가능성을 예고했다.
파리 중심부는 이튿날 아침까지 여전히 차단된 구역이 다수였으며, 연기 자욱한 거리와 잔해들은 전날 밤의 격렬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인터밀란은 이번 경기에서 전반부터 완전히 밀리며 전반 2실점, 후반 3실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충격은 패배 후 벌어진 거리의 혼란이었다.
PSG는 경기 직후 별도 성명 없이 선수단 귀환 일정만 간단히 발표했으며, 추가 축하 행사는 전면 취소한 상태다.
파리시 측은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수일간 모든 도심 대규모 행사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