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자동차 시장이 가격 경쟁 격화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27일 중국증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홍콩증시에서 비야디(BYD)와 지리(Geely), 장성자동차(长城汽车, Great Wall) 등 주요 완성차 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비야디는 8% 이상 하락했고, 지리는 9%, 장성차는 5% 이상 떨어졌다.
샤오펑(小鹏, XPeng), 리샹(理想, Li Auto), 웨이라이(蔚来, NIO) 등 신흥 전기차 기업도 줄줄이 동반 하락했다.
A주 시장에서도 자동차 관련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비야디는 선전거래소에서 6% 가까이 떨어졌고, 상하이차(上汽), 광저우차(广汽), 세리스(赛力斯)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시장 충격은 비야디가 자사 핵심 전기차 모델 22종에 대해 최대 5만3천 위안(약 1,150만 원)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상하이차 역시 로위(荣威) 브랜드에 대해 최저 4만3천 위안 수준의 '한정가' 판매를 선언했고,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혜택을 내놓으며 가격 인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 관계자는 “탄산리튬 가격 하락과 정책 효과로 전반적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에 가격 전쟁을 감행할 여지가 생겼다”며, 올해 하반기엔 ‘가격 인하+모델 개선+소유자 혜택’의 복합 형태로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야디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703억 위안(약 36조 원), 순이익 91억 위안(약 1조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4%, 100.4% 증가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이번 공식 할인 발표가 ‘터미널 수요 부진’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장성자동차의 웨이젠쥔(魏建军)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동차업계에도 헝다(恒大)가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10만 위안씩 깎아 파는 제품이 어떻게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겠냐”고 저가 경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웨이 회장은 일부 전기차 기업들이 이미 자본시장에서 ‘돈을 벌고 빠졌다’며, 산업 자체만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과도한 자본화가 아니라, 건전한 재무구조 위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이 일반적인 구조다.
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3월 업계 전체 이익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947억 위안, 평균 이익률은 3.9%에 그쳤다.
2024년 기준 상장 완성차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60%를 상회했으며, 일부 기업은 80%를 넘어섰다.
세리스 87.4%, 북기블루밸리 75.3%, 비야디 74.6%, 상하이차 63.8%, 장성차 63.6%, 창안차 62%, 광저우차 47.6% 등 대부분이 높은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있다.
웨이 회장은 “주가 부양과 시가총액 확대만 좇는 흐름은 산업 기반을 해친다”며, “장성은 자금 투입을 감수하더라도 전체 업계에 대한 재무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