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엔비디아(Nvidia)가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20조 원)를 넘기며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가장 먼저 이 선을 돌파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2023년 5월 1조 달러에 처음 도달한 후 9개월 만에 2조 달러를, 3개월 후엔 3조 달러를, 이번에는 13개월 만에 4조 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세의 핵심에는 AI 반도체 기술의 진화 속도가 있다. 젠슨 황(Huang Renxun) CEO는 “컴퓨팅의 근본적 전환기에 있으며, 인공지능과 가속 컴퓨팅이 산업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최근 제기된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 R1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모델이 적은 수의 칩으로도 ChatGPT급 성능을 구현한다며 엔비디아의 수요 감소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그는 “AI 추론은 오히려 기존보다 수백 배의 계산 능력을 요구한다”며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성능이 곧 비용 절감입니다. 칩이 더 빨라져야 AI 인프라가 효율화됩니다.” 황 CEO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칩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를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칩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각국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설하고, 이를 통해 AI 인프라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약 345조 원)로, 연 20~25% 성장률을 보이며 엔비디아의 수익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황 CEO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계획이 이미 추진 중이며, 전력·부지·예산 확보는 모두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과 중동, 인도, 일본 등지에서의 인프라 계약 체결은 엔비디아의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삽 판매상’이 아닌, AI를 실제 산업현장에 녹여내는 주체라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코스모(Cosmo)’라는 현실 기반 AI 모델이 있다. 자율주행, 로봇 등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기술 개발이 이 모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 CEO는 “다음 10년은 자율주행과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모든 차량이 AI로 구동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에이전트 AI(Agentic AI)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이 구상은 AI 기술을 지식 기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대중국 전략은 미국 정부의 칩 수출 제한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과거 중국은 엔비디아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핵심 시장이었다. 지난해 중국 내 매출만 170억 달러(약 23조 4,000억 원)에 달했다.
황 CEO는 “중국은 세계 AI 인재의 절반을 배출하는 기술 강국”이라며, “상하이 R&D 센터를 확장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 선전 지사에 4,000명 이상의 인력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AI 기술 수출 규제를 완화해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