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식 기자 | 중국 연구진이 실제 벌의 두뇌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초소형 장치를 개발하며, 곤충 기반 정찰 기술 경쟁에서 미국과 일본을 앞서 나갔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베이징이공대학 자오제량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초경량 곤충용 두뇌 조종기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는 중국기계공정학보에 실렸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무게가 74밀리그램에 불과해, 벌 한 마리가 운반할 수 있는 꿀의 양보다 가볍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싱가포르에서 개발된 곤충 제어장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곤충용 두뇌 조종기다.
이 장치는 벌의 등에 부착해 적외선 원격조종신호와 전기 자극을 통해 비행 방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벌의 뇌에 연결된 3개의 바늘을 통해 전기 자극을 가하면 환각 반응을 유도해 특정 방향으로 날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명령 수행 성공률은 약 90%에 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기존에 개발된 장치들이 주로 딱정벌레나 바퀴벌레처럼 느리게 기어 다니는 곤충에 적용됐던 것과 달리, 벌은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날며 5km 이상 장시간 비행이 가능해 실전 활용성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향후 군사 정찰, 도시전, 대테러작전은 물론, 지진이나 실종자 수색 등 재난 구조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이보그 벌은 위장성과 기동성, 환경 적응력 측면에서 인공 드론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특히 “곤충 기반 로봇은 생물 숙주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스텔스성과 내구성 면에서 인공 로봇보다 우수하다”며, 정보 탐지나 비밀 감시 등의 임무에 최적화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자오제량 교수팀은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며, 앞으로 조종 정확도와 반복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가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곤충을 활용한 사이보그 기술 개발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미국이 오랫동안 주도해왔고, 일본도 빠르게 뒤를 쫓아왔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기록 경신과 기술 선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