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13일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팝마트(泡泡玛特, Pop Mart)가 운영하는 LABUBU는 최근 세 번째 시리즈 출시와 함께 각종 한정판과 ‘숨겨진 캐릭터’로 수집 욕구를 자극하며 수십 배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생산량 부족인가, 의도된 조절인가”라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LABUBU는 홍콩 예술가 룽자성(龙家升, Long Jiasheng)이 만든 캐릭터로, 이른바 ‘겉은 반항, 속은 유약한’ 감정의 반전 매력으로 Z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2024년 출시된 3.0 시리즈부터는 전세계적으로 동시 품절 사태가 이어졌고, 일반 상품은 정가 99위안(약 1만8천원)에서 200위안(약 3만7천원) 이상으로, 한정판은 수천 위안에서 1만 위안(약 185만원)을 넘는 거래도 확인됐다.
일각에선 “중국 섬유·완구 산업의 생산 능력을 감안하면 공급 부족이 사실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팝마트는 "설 명절 이후부터 인력을 재배치하고 생산 라인을 확대했지만,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는 일부 IP에 대해 ‘7할 포만감 전략’을 도입, 생산량과 시장 공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LABUBU가 속한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IP는 2023년 한 해 동안 30.4억 위안(약 5,6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팝마트 전체 IP 중 수익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2년 대비 10배에 가까운 성장률이다.
LABUBU 열풍의 또 다른 축은 이른바 황우 시장이다.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며 사실상 ‘투자 상품’처럼 작동하는 LABUBU는 황우들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수백 명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LABUBU는 황우만 이득 보는 구조”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일부 참가자는 “거래 타이밍을 잘못 잡아 손해를 봤다”는 고백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LABUBU에 입힐 의상을 구매하거나 맞춤 제작해주는 ‘娃衣(인형 옷)’ 소공장까지 늘고 있다. 한 의류 제작자는 “수요는 늘지만 주문 폭주로 출하가 밀린다”고 말했다.
또한 가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는 1:1 복제판을 정품처럼 포장해 판매하거나, “완벽 복제는 어려우니 저가 소비용”이라며 아예 가품임을 인정하고 파는 경우도 발견됐다. 팝마트는 제품 설명서에 모형 설계와 색상 구분을 자세히 명기해 가품 방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요 폭증에 따른 불법 유통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LABUBU의 투기적 요소에 대해 일부 장기 팬들은 반감을 드러낸다. 2019년부터 LABUBU를 수집한 한 팬은 “단기 유행보단 예술 가치에 기반한 장기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집가는 “과거처럼 맹목적 소비는 지양하고 있다”며, 현재는 가급적 중고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에만 구매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IP 확장을 통해 단순한 장난감 제조를 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팝마트는 현재 장난감 외에도 게임, 영화, 테마파크 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중국의 디즈니가 아닌, 세계의 팝마트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12일 홍콩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는 266.80홍콩달러(약 45,800원)로 마감했으며,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은 198.83%를 기록하고 있다. LABUBU 열풍은 팝마트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른바 ‘감정 자산’ 시대의 소비 지형을 바꾸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형 하나에 열광하는 이 시대, 그 이면에는 감정과 투기, 그리고 정교한 마케팅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