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스마트기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 Xiaomi)가 내놓은 첫 AI 안경이 출시 직후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AI 백경전(百镜战)’ 경쟁 구도의 중심에 떠올랐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샤오미가 ‘차세대 개인형 스마트 디바이스’로 내세운 AI 안경은 발매 후 5일 만에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량 1만 개를 돌파했고,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변색 렌즈 모델이 품절됐다. 일부 기본형 제품만 소량 남아 있으며, 인기 제품은 배송까지 2주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다.
샤오미 CEO 레이쥔(雷军, Lei Jun)은 해당 제품이 1,200만 화소 카메라와 AI 기반 음성 인식, 실시간 영상 공유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기본 가격은 1,999위안(약 38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실시간 1인칭 시점 영상 녹화, 번역, 통화, 영상 스트리밍 등도 가능하다.
이 제품의 강점은 영상 촬영 기능이다. 안경을 쓰고 시선을 향하면 자동으로 영상이 녹화되고, 해당 영상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는 “프레임이 무겁고 두껍다”거나 “실시간 대화 기능이 지연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샤오미의 AI 비서 ‘샤오아이’ 호출 시 집 안의 다른 스마트 기기들이 동시에 반응하는 문제도 보고됐다.
특히 ‘전기 변색 렌즈’ 버전은 4단계 색상 전환을 지원하며, 두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문지르면 렌즈 색이 바뀌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가장 높은 인기를 얻으며 온라인 상점에서는 전량 품절 상태다.
이번 샤오미 제품은 메타(Meta)와 레이밴(Ray-Ban)의 협업 모델에 비해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되며, 기존 4,800위안(약 92만 원) 이상인 Meta 안경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나 타 중국 브랜드인 레이버드, 메이쭈, 지에환 등도 더 낮은 가격에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내놓고 있어, 가격 우위는 상대적인 평가에 그친다.
시장 전문가들은 샤오미 AI 안경이 완성된 상품이라기보다, 시장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실험적 제품으로 보며, 현재의 ‘AI 백경전’ 구도에서 존재감을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는 AI 안경 산업의 본격적인 원년으로 간주되며, 삼성, 레노버, 바이두, 바이트댄스, 메이쭈, 레이버드 등 수십 개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360의 창업자 저우훙이(周鸿祎, Zhou Hongyi)는 “향후 모든 인터넷 회사가 AI 안경을 내놓을 것”이라며 ‘백경전’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AI 안경 세계 출하량이 1,2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중국 시장은 280만 대로, 전년 대비 1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14억 대가 팔리고, 보급률은 2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Xreal의 창업자 쉬츠(徐驰, Xu Chi)는 “AI 안경의 70%는 대형 언어모델의 성능에 달려 있고, 나머지 30%는 하드웨어 튜닝(조율)에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AI 안경은 스마트폰의 AI 앱보다 뛰어난 체험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AI 안경은 사람처럼 대화하고, 지능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좋은 친구’처럼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샤오미 AI 안경의 생산과 공급망에서도 중국 로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조립은 고어(歌尔股份, GoerTek), 광학 모듈은 순위광쉐(舜宇光学, Sunny Optical), 블루투스 칩은 헝쉰(恒玄, Hengxuan), 메모리는 바이웨이(佰维存储, Biwin), 배터리는 더사이(德赛, Desay) 등이다. 이 외에도 일부 기능은 퀄컴, 소니, 창퉁롄다(创通联达), 러우스(楼氏电子) 같은 글로벌 파트너가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