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8.3℃흐림
  • 강릉 14.4℃흐림
  • 서울 10.7℃흐림
  • 대전 9.9℃박무
  • 대구 10.1℃연무
  • 울산 17.3℃구름많음
  • 광주 14.5℃구름많음
  • 부산 19.3℃구름많음
  • 고창 14.8℃흐림
  • 제주 20.4℃구름조금
  • 강화 8.6℃흐림
  • 보은 5.5℃흐림
  • 금산 8.7℃흐림
  • 강진군 14.3℃흐림
  • 경주시 14.3℃구름많음
  • 거제 12.9℃구름많음
기상청 제공

2025.12.20 (토)

500피트짜리 요트에 올라타면 세상이 달라질까 이것이 억만장자들의 연말 소원이 된 이유

초부유층 소비 상징 변화 초대형 요트 시장 팽창

 

더지엠뉴스 이남희 기자 | 초부유층에게 요트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부의 최종 단위로 작동한다.

주택과 전용기를 넘어선 소비의 끝자락에서 길이 500피트에 달하는 기가요트가 가장 비싼 개인 소유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팜 비치 국제 보트 쇼를 둘러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요트 시장의 중심은 200피트급 슈퍼요트를 넘어 500피트 안팎의 기가요트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200피트급 슈퍼요트만으로도 부의 상징이 성립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이 정도 크기의 선박이 오히려 보수적인 선택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중고로 매물로 나온 203피트 길이의 슈퍼요트 ‘시 아울’은 9천만 달러(약 1천2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최신 기가요트의 가격은 이보다 6배에서 7배 수준까지 치솟아 있다.

요트 업계에서는 이 크기의 선박을 해군 구축함과 유사한 스케일로 분류하며, 민간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고가의 단일 자산으로 보고 있다.

요트 내부의 서비스 수준 역시 기존의 상식을 벗어난다.

헬리콥터로 뉴욕에서 베이글을 공수하고, 승선 인물에 따라 옷장과 침실 집기를 즉시 교체하는 전담 인력이 상시 대기한다.

요트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과잉 서비스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계층 구분의 장치로 작동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개인 요리사, 전용 운전기사, 전용기 이용 여부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요트 업계 관계자들은 기가요트를 두고 “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육지에서의 주거 환경은 이웃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렵지만, 요트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로 자체를 바꾸면 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소비를 뒷받침하는 배경에는 뚜렷한 수치 변화가 있다.

2021년 전 세계 슈퍼요트 판매량은 887척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년도 판매량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억만장자 수는 1990년 66명에서 8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250피트를 넘는 초대형 요트 보유 수 역시 수십 년 사이 10척 미만에서 170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제 요트 중개업계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이 요트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육지에서 벗어나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초고가 선박 구매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요트 시장의 성장과 함께 출입 통제 역시 정교해졌다.

보트 쇼 현장에서는 초부유층 고객과 단순 관람객을 가려내는 전담 인력이 배치돼 신발, 시계, 보석, 행동 방식까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구매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조용히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매 억제’라고 부른다.

요트는 자산 은닉 수단으로는 비효율적이지만, 과잉 자본을 흡수하는 도구로는 가장 직관적인 대상이 된다.

금융권에서는 슈퍼요트를 보유하는 행위를 물에 빠진 명화를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상황에 비유한다.

과거 전용기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기와 달리, 현재 항공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초대형 요트다.

해운 재벌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가 군함을 개조해 개인 요트로 사용하던 시기 이후, 요트는 지속적으로 과시적 소비의 무대로 기능해 왔다.

최근에는 잠수정, 극저온 사우나, 가상 전투 체험까지 탑재되며 소비의 밀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요트는 동시에 비공식적 거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신뢰, 인맥, 정보 교환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장소로 기능하며, 초부유층 네트워크가 결합되는 지점으로 작동한다.

이 같은 세계는 외부의 시선과 충돌하기도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부 초대형 요트가 동결·압류되며 산업 전반이 주목을 받았다.

환경 부담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대형 디젤 요트 한 척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승용차 수천 대와 맞먹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이 다가오면 플로리다와 카리브해에 있던 대형 요트들은 지중해로 이동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연안을 따라 다시 집결한다.

모나코 항구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인 자산들이 한데 모여 떠 있다.

초대형 요트 시장은 여전히 확장 중이며, 그 내부에서는 소비와 권력, 신분을 둘러싼 정교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통찰·견해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