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와 에탄 수출 제한을 전면 철회했다.
3일 미국 상무부는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Design Systems), 지멘스 EDA 등 주요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해 중국 수출 시 필요했던 정부 허가 요건을 더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해당 조치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차 무역협상에서 도출된 후속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협상에서 중국은 희토류 안정 공급을 약속했고,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미국은 수출 규제를 일부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놉시스 등 3개사는 중국 고객에 대한 제품 및 기술 제공을 다시 정상화한다고 내부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 EDA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제한은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에탄에 대한 규제 역시 동시에 철회됐다.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앞서 중국행 선박이 항만에서 하역하려면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규정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에탄 수출업체들은 별도 승인 없이 중국 항만에서 직접 하역이 가능해졌다.
미국은 지난달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등 주요 수출업체들에 에탄 하역 제한을 통보하면서 중국으로 향하는 대형 선박들이 항로를 변경하거나 항만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은 자국 석유화학 산업에 필요한 에탄의 거의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에 업계 파장은 컸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약속했으며, 우리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수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전했다.
보텍사(Vortexa) 분석가 서만다 하트케는 “에탄 수출이 정상화됨에 따라, 7월에는 미국산 에탄의 중국 수출이 계절적 평균인 하루 24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런던에서 열린 협상을 통해 1차 제네바 무역합의의 이행 프레임워크를 도출했으며, 이어 말일에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서명했다.
이번 수출 제한 해제는 미중 간 ‘관세전쟁 휴전’ 이후 경제 분야의 실질적 조치가 처음으로 시행된 사례로, 양국 간 무역 협력 복원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라는 전략 자원을 제공하며 미국의 기술 수출 장벽을 낮추는 교환 구조를 성사시켰고, 이는 중미 경제협력의 복원과 동시에 중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도 실질적인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상무부 및 기업 관계자들은 양국 합의 이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측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매체들은 “이번 해제는 중국 공급망의 안정성과 미국 수출시장 접근의 균형 회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관련 업계 및 석유화학 기업들은 빠르게 미국 제품 수입 재개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후속 계약 체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 외에도 일부 하이엔드 반도체 장비에 대한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업계는 “희토류 공급과 반도체 SW 수출 규제 해제가 맞물리면서 중미 기술 협력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라며, 관련 산업의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에탄 및 반도체 SW 수출 해제는 특히 중국의 게임 산업과 AI 반도체 개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게임 굴기’를 핵심 산업 전략으로 내세우며 AI칩 설계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이번 미중 합의는 해당 분야에도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앞으로의 수출입 동향에 맞춰 미국 측과의 협력을 재정비하고, 내부 공급망과 기술 축적 전략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미 간 무역 갈등은 여전히 많은 이슈가 남아 있지만, 이번 합의 이행은 협상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첫 신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