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 후난성의 한 고속도로. 지난달 29일, 12명의 생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위태롭게 흔들리며 차선을 넘어섰다. 그 순간, 운전석에 앉아 있던 41세의 남성 샤오보(肖波, Xiaobo)는 이미 뇌간 출혈로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정말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았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11명과 중국인 가이드 1명을 태우고 있던 그 버스는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당황한 가이드가 “무슨 일이에요!”라며 고함을 지르는 순간, 샤오보는 정신을 잇는 마지막 한 줄기의 의식으로 손을 뻗어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겼다. 차량은 흔들리다 멈췄고, 모두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12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샤오보는 그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의료진은 그가 운전 중 갑작스러운 뇌간 출혈을 겪었다고 밝혔다. 끝까지 제어력을 잃지 않고 버스를 세운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샤오보는 전직 군인이었다. 평생을 책임과 질서로 살아왔던 그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보다 먼저 생각한 건 자신이 태운 승객들이었다.
소식을 접한 한국 관광객들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유족에게 감사 선물을 전했고, 붉은 바탕에 금실로 수놓은 기념 깃발도 함께 보냈다. 중국에서 이 ‘홍기(紅旗)’는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존경의 표시다. 샤오보가 몸담았던 운수회사도 깃발을 정중히 받아들이며 그의 희생을 기렸다.
중국 SNS는 그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중국을 싫어하더라도, 이 사람만은 예외다”, “영웅은 총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쥐고 있었다”는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은 밤새 온라인을 달궜다. 중국인들은 그를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한 군인'이라 부르며, 그의 사진에 국화꽃과 찬사의 문구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