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6년의 시작과 함께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새해 중한 정상 간 만남은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킬 새로운 대화의 창을 열 것이며, 양국이 마주할 미래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 찬 이 시점에 월간 <중국>은 양국이 지난해 걸어온 경험을 되돌아보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양국 간 경제 무역 고도화, 산업 협력, 인문 교류를 통해 양국이 나아갈 새로운 공감대를 끌어내고자 한다.
더지엠뉴스 - 월간 중국 | 최근 중한 경제 협력에는 ‘희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이 교차하고 있다. 글로벌 및 지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중한 양국 간 무역 규모가 수년째 30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며 강력한 회복탄력성의 펀더멘털을 드러낸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반면 양국 간 산업 경쟁이 심화되고 협력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양극단의 정보 사이에서 중한 경제 협력 관계의 진정한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상반된 정보와 담론이 혼재하는 현실 속에서 일반인들이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월간 <중국>은 중한 경제무역 관계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보고자 다수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중한 경제 협력 관계의 변화 양상과 원인 그리고 이것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심층 진단을 통해 중한 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고 더욱 입체적이고 객관적인 중한 경제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쟁과 협력 공존, 중한 경제 관계의 ‘뉴노멀’
중한 경제 협력의 심층적인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경제 협력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한 경제 협력은 경제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중간재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의 제조업이 급부상하며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이를 가공·조립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긴밀한 수직 분업 체계를 형성했다. 이 모델은 수십 년간 양국에 상당한 경제 성장과 산업 시너지 효과를 안겨주었다. 1992년 수교 당시 약 50억 달러였던 양자 교역 규모는 2024년 3280억 8000만 달러로 66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은 21년 연속 한국의 제1교역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2023년은 중한 경제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대(對)중 무역에서 장기간 흑자 기조를 유지했고 2013년에는 흑자가 628억 달러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제조업이 고도화되고 공급망 자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의 견고했던 대중 무역 흑자는 해마다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수지 역전으로 이어졌다. 2023년 사상 처음으로 18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추세는 이후에도 이어져 2024년 61억 달러, 2025년 1~11월에는 104억 달러로 다시 확대됐다.
“이런 수치는 한중 경제 관계가 이미 구조적 조정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강호구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현재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수직적 보완’ 모델에서 ‘수평적 경쟁과 협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수평적 경쟁’이 불러온 시장의 재편이다. 양국의 산업 구조가 유사해지고 기술 격차가 좁혀짐에 따라 과거 파트너십은 이제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였다. 현대자동차와 삼성 휴대전화 등 한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사이, 비야디(比亞迪, BYD)와 샤오미(小米), 로보락(石頭科技) 등 중국 기업은 오히려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잔더빈(詹德斌)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이자 교수는 이것은 중국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이 인공지능(AI), 신에너지, 스마트 단말기, 소비 가전, 스마트 홈 등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잔더빈 주임은 “중한 경제 상호작용의 패러다임이 ‘한국 기업의 일방적인 중국 진출’에서 ‘양방향 시장 침투’로 변모했음을 상징한다”며, “이제 중국 기업은 한국을 단순한 기술 공급원이 아닌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시험하고 글로벌 규범에 적응하기 위한 핵심 소비 시장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자본과 기업에게도 중국 시장은 더 이상 ‘규모의 경제’만 누리는 곳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와 기술 우위, 시스템적 해결 방안 능력이 요구되는 성숙한 시장(mature market)이 됐다”고 진단했다.
강호구 소장은 전통 산업의 기술 표준화가 이뤄지면서 협력보다 경쟁이 앞서고 경쟁이 가열되는 환경이 되는 것은 불가역적인 경제 발전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이 곧 상호 보완성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완성은 양국 간 소통 강화 과정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심화될 수 있다. 예컨대 아직 시장화가 덜 된 신흥산업 분야는 경쟁보다 협력의 여지가 커서 협력 공간을 찾기가 더 수월하다. 이 또한 불가역적인 경제 법칙이다.”
그는 이어 2025년 11월 열린 중한 정상회담을 주목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양국 경제 협력 구조의 변화를 언급하며 ‘수평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이런 언급은 한국 사회 각계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한국 기업은 주로 자국 내에서 기술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의 비약적인 기술 고도화에 따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기술 협력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해졌다”라며 “이는 위협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효율을 높여 결국 소비자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수평적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중한 경제 협력 질적 고도화, 돌파구는 어디에?
중한 경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협력 모델 전환과 고도화는 양국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잔더빈 주임은 앞으로 중한 경제 협력의 이상적인 목표가 단순히 무역액의 최고치 경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협력의 질을 체계적으로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환은 ‘협력 분야’와 ‘협력 방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협력 분야에서는 신흥산업 분야가 핵심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중한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AI, 바이오 제약, 녹색 산업, 실버 경제 등 신흥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기로 뜻을 모으며 경제 협력 질적 고도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중한 각계에서도 신흥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폭넓은 논의와 실무적인 탐색이 이어지고 있다.
강호구 소장은 중한 AI 산업의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협력 전망을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한 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풍부한 기술 활용 분야와 고급 인재 풀, 전력 인프라 면에서 탁월한 강점이 있다. 이런 보완성은 양국 기업이 ‘수평적 협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동북아 생산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잔더빈 주임은 신에너지 및 스마트 자동차 산업망에서의 협력 심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분야는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전환을 모색 중인 영역이다. 시장 규모, 기술 업그레이드, 녹색 전환이라는 세 가지 동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완성차와 배터리, 자동차 전자장비, 스마트 콕핏(운전석), 충전 및 배터리 교체와 에너지 관리 등에서 중한 양국은 높은 상호 보완성을 보인다. 표준 상호 인증, 공동 연구개발(R&D), 공급망 협력에서 성과를 낸다면 양자 경제 관계에 상징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잔 주임은 한국 기업이 경쟁과 불안에만 매몰되기보다 중국 내 기회를 계속 발굴하고 포착해야 한다며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한국만의 기술 우위에 안주하지 말고 중국 내 R&D와 현지화 혁신을 강화할 것, 둘째 AI와 신에너지, 디지털 및 녹색 전환 등 중국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융합할 것, 셋째 단일 제품 및 완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중간재 제품+서비스+설루션’이 결합된 종합 경쟁 모델로 전환할 것 등을 제언했다.
다음으로 ‘협력 방식’의 전환 측면에서 중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중요한 돌파구이자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한 FTA 2단계 협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주로 서비스 및 투자 분야의 자유화 수준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상훈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FTA의 고도화가 개별 분야의 조정을 넘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적인 경제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세 인하와 시장 진입 확대라는 전통적 범주를 넘어 공급망 안정, 디지털 무역, 탄소 중립 및 기후 변화 대응,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 표준 협력 등 신규 의제들을 협력의 틀에 포함함으로써 양자 협력의 깊이와 폭을 획기적으로 확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새로운 국면 속 여전히 무궁무진한 협력 가능성
중한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으며, 양국 경제 협력의 질적 고도화를 견인할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2026년은 중국 ‘15차 5개년(2026~2030년)’ 규획이 본격화되는 첫 해이자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핵심적인 기회가 맞물리는 시기를 맞아 중한 경제 협력은 앞날이 유망하며 함께 이뤄낼 성과가 무궁무진하다.
잔더빈 주임은 양측이 AI, 첨단 제조 및 신흥 산업 분야에서 더욱 안정적인 산업망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규범 측면에서 중한 FTA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높은 수준의 경제 규칙과 선순환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제3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공동 진출을 전개하여 지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영향력을 함께 높여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연구위원 역시 양측이 실행 가능한 협력 모델을 더 많이 발굴하고 성공 사례를 축적해 협력 확대의 기반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소통의 강화’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강호구 소장은 “관계가 저점을 지날 때 소통은 양국 관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고, 관계 개선기에 접어들어서는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멈추지 않는 소통만이 중한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며 협력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다. 글 I 왕윈웨(王雲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