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실질적인 가치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50대 기업 목록이 공개되며, 컴퓨팅 하드웨어 기업 중심의 재편 흐름과 베이징 쏠림 현상이 동시에 확인됐다. 단순 기술 보유를 넘어 상용화와 기업 가치로 압축된 이번 순위는 중국 AI 산업이 이미 인프라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22일 이스트머니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최근 후룬연구원은 ‘2025 후룬 중국 인공지능 보고서’를 통해 AI 컴퓨팅 파워 또는 알고리즘을 핵심 사업으로 삼는 중국 기업 52곳을 선정해 기업 가치 기준 순위를 발표했다.
이번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캠브리콘이다. 캠브리콘은 1월 21일 기준 기업 가치 5,709억 위안(약 108조 4천억 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중국 AI 칩 산업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 뒤를 무어 스레드가 2,948억 위안(약 55조 9천억 원), 무시 테크놀로지가 2,406억 위안(약 45조 7천억 원)으로 이었다.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6곳이 컴퓨팅 하드웨어 기업으로 분류됐고, 이들 상위 10개사의 기업 가치는 합산 기준 1조 4천억 위안(약 265조 원)을 넘어섰다.
하드웨어 중심 구도는 AI 기술 발전 과정에서 연산 능력과 인프라가 산업 경쟁의 핵심 축으로 이동했음을 드러낸다. 알고리즘 경쟁을 넘어 실제 연산 자원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소프트웨어와 응용 영역에서도 고부가가치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분야의 아이플라이텍은 오랜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 1,343억 위안(약 25조 5천억 원)을 기록했다. 시각 인식과 AIGC 분야를 대표하는 센스타임은 907억 위안(약 17조 2천억 원)으로 8위에 올랐다. AIGC 전문 기업인 시위지즈와 즈푸화장 역시 각각 800억 위안(약 15조 원)을 넘는 기업 가치를 형성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포니에이아이가 대표 주자로 꼽혔다. 디디 자율주행, 위라이드 등 관련 기업들도 기술 고도화와 적용 시나리오 확장을 이어가며 기업 가치가 2,000억~5,000억 위안(약 38조95조 원) 구간에 집중돼 있다. 이는 이동·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이 깊숙이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순위는 포함 기준이 명확히 제한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비테크, AI 기술을 보유했지만 주력 사업이 아닌 바이트댄스, 기초 연구와 오픈소스에 집중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은 딥시크 등은 이번 목록에서 제외됐다.
기업 가치 분포를 보면 계층 구조도 뚜렷하다. 1,000억 위안(약 19조 원) 이상 기업은 7곳, 500억~1,000억 위안 구간은 4곳에 불과한 반면, 95억~400억 위안(약 1조 8천억~7조 6천억 원) 구간에 41개 기업이 몰려 있다. 중하위권 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은 AI가 특정 선도 기업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시나리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분포에서는 베이징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베이징은 컴퓨팅 하드웨어, AIGC, 자율주행 전반에 걸쳐 19개 기업을 보유하며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상하이는 GPU 설계, 의료 AI, 생성형 AI 기업을 중심으로 14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고, 선전과 광저우는 각각 10개 기업을 배출했다. 항저우, 쑤저우, 허페이, 샤먼 등도 목록에 포함되며 중국 AI 산업이 다핵 구조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50대 기업 명단은 중국 인공지능 산업이 기술 경쟁 단계를 넘어, 컴퓨팅 인프라·상용화·지역 클러스터를 축으로 한 본격적인 산업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