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국의 수출 규제 완화로 중국 시장 수요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7일 ASML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로저 다센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허용된다면, 이는 전 세계 칩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안은 ASML이 직면한 여러 불확실성 중 하나였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규제 완화가 공급망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ASML은 현재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장비 공급 업체로, 고객사가 중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장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분위기는 미국 기업들의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베이징에서 H20 AI칩의 중국 출하 승인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라이선스 승인에 따라 H20 시리즈가 중국에 곧 공급될 예정이다. 황 CEO는 “H20보다 더 진보된 칩을 중국에 공급하길 원한다”며 “기술은 항상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AMD도 자사의 MI308 AI칩 출하를 곧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AMD 주가는 6% 넘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린젠(林剑, Lin Jian)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술과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도구화, 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국을 억제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는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위협하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논의조차 불가하다’고 못 박았던 입장을 뒤집는 행보로, 엔비디아와 AMD에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ASML을 비롯한 유럽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미국의 규제 완화가 가져올 후속 수혜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 AMD, ASML 모두 미국의 정책 변화와 중국 시장 접근성 확대에 따라 핵심 수혜 기업으로 다시 부상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허용을 단순한 시장 문제로 보지 않고, 글로벌 기술 질서와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