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조익철 기자 | 중국은 전쟁과 관세 충돌, 공급망 불안이 겹친 국제 격변기 속에서도 전략 판단과 제도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대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밝혔다. 다이빙 대사는 향후 5년 중국의 핵심 축으로 고품질 발전과 고수준 개방을 제시하며, 한중 양국도 전략 신산업과 민간 교류를 축으로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주한중국대사관에 따르면, 다이빙 대사는 제13기 한중 최고 지도자 아카데미 개강 연설에서 최근 국제 질서가 중동 전쟁과 미중 갈등, 관세 충돌, 지정학 위기로 한층 불안정해졌다고 진단하면서도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변화를 예견하고 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백년 만의 대변국’ 판단을 거론하며, 최근 세계가 혼란기와 격변기에 들어섰다는 점은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발전에 집중하면서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이빙 대사는 중국의 강인함이 단순한 경제 규모가 아니라 전략적 통찰과 제도적 우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최대 제조업 국가, 최대 상품무역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고, 인공지능과 로봇,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도 추격을 넘어 병행과 선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동 정세 악화로 에너지 충격 우려가 커졌지만 중국은 원유 공급선 다변화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충격 흡수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에너지 구조 변화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은 중동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등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으며 해상 운송과 파이프라인 공급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력과 풍력, 태양광 설비 규모에서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2025년 전력 생산 가운데 친환경 전력 비중이 약 40%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전기차 확산도 중국의 대외 충격 완화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다이빙 대사는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로 이뤄졌고, 전기차 보급에 따라 줄어든 석유 소비량이 8000만 톤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오는 연간 수입 물량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외 노선과 관련해 그는 중국이 평화적 발전과 협력 상생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을 추진해 왔으며, 이는 국제사회에 제공하는 중요한 공공재라고 말했다. 중미 관계를 둘러싸고도 협력하면 서로 이익이 되고 대립하면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다.
중동 문제를 놓고는 중국이 갈등을 부추기거나 사태를 악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휴전과 안정 회복을 위한 외교적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20여 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고, 중국 특사가 걸프 지역을 방문했으며, 중국과 파키스탄이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과 평화 협상 개시, 비군사 목표물 보호, 항로 안전 확보, 유엔 헌장 존중 등을 담은 5개 제안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일방주의와 강압, 관세전쟁과 기술전쟁에 맞서서는 자국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적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국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도 연설의 한 축이었다. 그는 중국의 내외 정책은 높은 안정성을 유지해 왔고, 약속한 것은 실행으로 옮기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이 있으며, 이것이 중국 발전의 최대 장점이자 근본적 담보라고 규정했다.
이어 다이빙 대사는 향후 5년 중국 발전 방향을 제15차 5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전국 양회를 통해 관련 개요가 심의·통과됐으며, 향후 5년의 목표와 정책 수단, 실현 경로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 핵심 키워드로는 고품질 발전과 고수준 개방을 제시했다.
고품질 발전과 관련해 그는 중국 경제가 이미 약 20조 달러(약 2경 900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경제권이지만 성장 방식의 비효율성과 구조적 불균형, 자원·에너지·환경 제약 같은 과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현대화 산업 체계 구축, 지능화·친환경화·융합화 추진, 실물경제 기반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교육 강국,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 건설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고수준 과학기술 자립자강과 신질 생산력 육성을 본격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수준 개방을 둘러싸고는 중국의 개방 방식이 수동적 상품 개방에서 능동적·제도적 개방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의 확대, 양자 및 다자 자유무역협정 추진, 하이난 자유무역항과 자유무역시험구 건설, 광저우 수출입박람회와 서비스무역박람회, 국제수입박람회 개최, 일대일로의 고품질 공동 건설 등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런 조치들이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과 새로운 협력 공간 확대를 함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우호 협력 강화가 양국 관계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한 양국이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규정하며, 격변하는 세계일수록 협력의 중요성과 긴급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한중 관계의 개선 흐름은 양국 정상의 직접적인 관심과 전략적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양국은 서로 다른 국가 상황과 사회 제도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인식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가치와 이념을 앞세운 편 가르기, 반중 구호를 동원한 정치적 선동은 현실을 무시한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협력을 둘러싸고는 한중 양국이 이미 깊이 연결된 이익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3312억 달러(약 479조 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중간재 교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이 대중무역에서 7000억 달러(약 1015조 원)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고, 상호 직접투자 누계도 1200억 달러(약 174조 원) 수준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 2월까지 한중 교역이 전년 동기 대비 31.9% 급증했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과 중국 시장을 다시 인식하고 지리적 인접성과 장기간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이른바 중국 진출 2.0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자과학, 바이오의약, 핵융합에너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피지컬 인공지능, 6세대 이동통신 등 전략 신흥 산업에서 양국 협력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인공지능 분야는 대표적 협력 사례로 제시됐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하드웨어 제조, 대기업 중심의 통합 역량이 강하고, 중국은 완비된 산업망과 대형 모델, 풍부한 데이터, 다양한 응용 시장, 충분한 연산 능력과 에너지 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면 새로운 산업 고지를 함께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 교류 확대도 빠지지 않았다. 다이빙 대사는 한중 양국이 수천 년의 교류 역사를 공유하고 문화적으로도 통하며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비자 편의 조치가 잇달아 도입되면서 인적 왕래가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약 900만 명에 달했으며 올해 들어 증가 속도도 더 빨라졌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의 이동도 눈에 띄는 변화로 언급됐다. 그는 주말 서울 나들이와 주말 상하이 여행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언론과 문화, 체육, 교육, 싱크탱크, 지방 차원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 양국 국민이 함께 우호 증진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