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중국 제15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리는 광저우 경기장 안팎에서 관람 환경과 도시 인프라가 한 번에 업그레이드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수천 개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로봇, 초고속 통신망이 결합해 관중의 동선과 경험, 그리고 도시의 서비스 체계를 동시에 바꾸는 실험이 진행됐다.
18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회는 스마트 시티 심화와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한 행동 계획과 맞물려 추진됐고, 문화·관광·스포츠 공간을 하나의 디지털 생활 무대로 재편하는 과제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개막식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광저우 하늘을 가르듯 펼쳐진 174m 길이의 유화풍 디지털 두루마리였다.
링난 지역의 산수와 도시 풍경을 담은 이 영상은 붓 대신 2000개가 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설계·구성한 작품으로, 화면 전환과 색감, 질감이 인간 화가의 손길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현장에서 개막식을 지켜본 20대 관중 천싱이는 영상이 흔히 떠올리는 첨단 기술의 차가운 느낌 대신, 부드럽고 세밀한 질감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스크롤이 단순한 특수효과가 아니라, 경기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바꾸며 관중의 시선과 감정을 동시에 끌어당겼다고 회상했다.
경기장 안에서 관람 경험을 바꾼 장치는 이 디지털 두루마리만이 아니었다.
관중석 상공에 매달린 대형 정육면체 스크린은 경기장의 어느 위치에 앉아 있든 선수들의 표정과 세부 동작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었다.
‘산 정상 티켓’이라 불리던 상단 저가석에서도 관중은 목을 꺾거나 휴대전화 줌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중심부에 걸린 네 면짜리 초고화질 화면을 통해 현장의 긴장감과 소리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상하이 산시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이 구축한 이 장치는 개폐식 지붕과 지능형 조명 시스템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종목과 연출 콘셉트에 따라 경기장 분위기를 빠르게 바꾸는 데 활용됐다.
한 관중은 안정적인 통신망 덕분에 현장에서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경기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전 특구 지역의 보도에 따르면, 주요 경기장 가운데 하나인 선전 스포츠센터에는 4200개가 넘는 신호 안테나와 약 1800개의 와이파이 접속 지점이 설치돼 이중 기가비트망을 구성했고, 관중은 촬영·업로드·스트리밍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관람객 이동 경로도 디지털 도구를 통해 크게 바뀌었다.
복잡한 복도와 계단, 출입구가 얽혀 있는 대형 경기장에서 천싱이는 과거처럼 헤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전의 스포츠 전용 미니 프로그램을 열면 화면 위에 증강현실 화살표가 떠서 좌석이나 화장실, 매점, 환승 지점까지 직선에 가깝게 안내해 줬고, 불필요한 우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동 동선을 안내하는 눈에 잘 띄는 안내원 대신, 손안의 AR 네비게이션이 관중 흐름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었다.
경기장 안팎에서 눈에 띈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관람객의 시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여러 형태의 로봇견이 수시로 등장해 입구, 계단, 통로, 관중석을 오가며 경비와 안내를 맡았다.
선전에서는 11월 초, ‘쿠아보’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5G 통신 기술을 탑재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1.6kg 성화를 들고 100m 구간을 인간과 비슷한 자세로 완주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광저우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다이빙 경기를 관람한 시민 류 씨는 보안 검색대와 이동 통로마다 로봇이 배치돼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이 몰리는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상황을 반복 점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가 목격한 장비 가운데에는 광저우자동차그룹이 개발한 4세대 인간형 로봇 고메이트미니가 포함돼 있었다.
이 로봇은 바퀴와 다리를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평지와 계단, 경사로를 안정적으로 오가며, 사람이 넘어지거나 인파 흐름을 거슬러 이동하는 상황 등 비정상 징후를 포착하면 현장 요원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설계됐다.
로봇견은 보다 넓은 구역을 자율 순찰하는 역할을 맡았다.
AI 인식 기능과 쥐선즈넝 개념을 도입한 이 장비는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모서리와 외곽 구간까지 이동하며, 위험 물체나 폭력 징후로 분류되는 행동을 감지하면 장착된 안전용 그물 발사 장치를 활용해 초기 통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람이 없는 시간대에는 이 로봇견들이 관중과 사진을 찍으며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
아이를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한 부모는 금속 외관과 다리 구조에도 불구하고, 로봇견이 오히려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행동으로 어린이들 틈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의 초점은 시각적으로 건강한 관중에게만 맞춰지지 않았다.
중국경영과학학회 부회장 장치핑은 디지털 지원 장치가 장애인에게도 공공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새로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 기기를 어렵게 느끼는 고령층을 제외하면, 길을 묻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다가오는 관중 수가 크게 줄었고, 그만큼 자원봉사자가 긴급 상황 대응이나 특별 지원이 필요한 관중에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광저우 일부 경기장에는 여섯 개 다리를 가진 안내 로봇이 투입됐다.
상하이 교통대와 협력한 이 장비는 뼈전도 헤드셋을 통해 음성 명령을 수신하고, 사용자가 안내 막대를 미는 힘의 크기에 따라 보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이 시각장애인의 이동 안전감을 60% 정도 높이고, 이동 효율도 절반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원격 수어 통역 체계가 구축됐다.
사용자는 전용 미니 프로그램에서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수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와 영상 통화를 연결해, 경기장 안내와 관람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선전의 여러 경기장에는 계단 각도를 자동 감지해 기울기를 조절하는 전동 휠체어가 배치돼, 이동에 제약이 있는 관중도 상층부 좌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포함됐다.
스마트 시티 구상과 맞닿는 지점은 대회 종료 이후에 더욱 뚜렷해진다.
광저우 경기장에 적용된 무장애 서비스 시스템은 대회가 끝난 뒤 전시센터와 공공 민원 공간 등 다른 공공 서비스 장소로 옮겨질 예정이며, 이를 통해 대회 기간 검증된 운영 체계를 도시 전반에 확산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선전경제일보는 이번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경기장 업그레이드 사업이 ‘종합 경기장과 전문 시설’, ‘영구 시설과 임시 설비’를 조합하는 방식을 택해, 국제급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스펙과 시민 체육 공간을 동시에 고려했다고 전했다.
중국 스포츠 분야 14차 5개년 규획은 경기 운영과 체육 행정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관리 효율을 높이고, 경기 데이터와 관중 흐름, 시설 유지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자동차·로봇 기술을 동시에 다루는 기업인 광저우자동차그룹은 전국체육대회가 자율주행과 저고도 이동체, 인간형 로봇 기술을 시험 적용하는 현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과거 다른 스포츠 대회에서 축적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체육대회에서 장비 안정성과 시스템 연동성을 다시 한번 점검했으며, 향후에는 이러한 응용을 도시 일상 서비스로 단계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시는 8월 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기술 응용 목록에서 공공공간의 스마트 운동 설비와 AI 기반 한의 웰니스 체험 서비스 등을 시민 생활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제시했다.
이번 대회에는 130개가 넘는 기술 성과가 실제 운영에 반영됐고, 스포츠 경기와 결합된 디지털 장치 상당수는 이후에도 경기장과 도시 공간 곳곳에서 계속 활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