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중국 정부가 신흥 산업과 미래 산업을 겨냥한 초대형 국가급 창업투자 기금을 공식 출범시키며 기술 패권 경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자본 배치에 나섰다. 중앙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지방정부와 국유·민간 자본을 결집시키는 방식으로, 초기 기술 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선제 투자 구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국 재정부가 공동 추진한 ‘국가창업투자인도기금’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이 기금은 중앙 재정 1,000억 위안(약 20조 원)을 기반으로 지방정부, 국유기업, 금융기관, 민간 자본을 단계적으로 끌어들여 최종적으로 1조 위안(약 206조 원) 규모까지 확대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기금의 전체 운용 기간은 20년으로 설정됐다. 초기 10년 동안은 전략적 신흥 산업과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이후 10년은 투자 회수에 초점을 맞추는 장기 사이클 방식이다. 전체 자금의 70% 이상은 시드 단계와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입되며, 투자 대상 기업 가치는 5억 위안(약 1,031억 원) 이하로 제한된다. 대형 기업보다는 기술 잠재력이 높은 초기 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 대목이다.
투자 구조는 3단계로 짜였다. 최상단에 모펀드인 국가창업투자인도기금이 위치하고, 그 아래에 베이징·톈진·허베이, 양쯔강 삼각주,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등 3대 권역별 지역 펀드가 설치된다. 이들 지역 펀드는 다시 수백 개의 하위 펀드와 개별 프로젝트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출범식에서는 이미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3대 지역 펀드는 49개 하위 펀드, 27개 직접 투자 프로젝트와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 투자 대상 분야는 반도체, 양자컴퓨팅, 바이오의약,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항공우주 등으로, 중국이 중장기 기술 자립의 핵심 축으로 설정한 영역들이 대거 포함됐다. 향후 이들 3대 권역을 중심으로 600개 이상의 펀드가 추가로 조성될 계획이다.
중국은 그간 지방정부 주도의 산업 펀드와 국유자본 중심 투자를 병행해 왔지만, 이번 기금은 중앙 정부가 장기 운용 구조와 투자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재정 자금을 단기 경기 부양 수단이 아니라, 미래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 자본으로 재정의한 사례로 읽힌다.
이번 국가창업투자인도기금 출범은 중국의 산업 정책이 규제·보조금 중심에서 자본 운용과 생태계 구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