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귀금속 시장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른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원유 가격을 웃도는 장면이 다시 펼쳐졌다.
23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현물 은 가격이 한때 온스당 7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현물 금 가격도 온스당 4,497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연간 상승률은 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대종상품연구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 가격은 누적 기준 140% 넘게 상승해 금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은과 금은 모두 귀금속이지만, 가격 움직임은 항상 동일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금이 먼저 상승 흐름을 주도한 반면, 은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었고, 이 간극이 올해 들어 빠르게 좁혀졌다.
연구실을 이끄는 왕융중은 금이 먼저 오르며 귀금속 전반에 대한 자금 유입이 확대된 뒤, 가격 탄력성이 더 큰 은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보상적 상승’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은 시장은 금보다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자금 유입 시 가격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상승 국면이 과거와 다른 점은 산업 수요의 비중이다.
1980년대 초 은값 급등은 투기적 수요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산업 확산이 은 수요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태양광 발전, 전기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에서 은은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세계백금협회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2024년까지 은의 산업 수요는 약 5,000톤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은 공급 증가 속도는 제한적이었다.
2024년 전 세계 은 공급량은 약 3만 1,600톤 수준이었고, 2025년에도 증가율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 수요의 간극은 구조적인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은 공급 부족 규모가 약 3,000톤에 달할 것으로 계산되며, 2021년부터 누적된 부족량은 2만 톤을 넘어섰다.
귀금속 강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통화 환경이다.
미국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금과 채권의 매력이 낮아졌고, 실물 자산과 귀금속으로 자금 이동이 가속됐다.
지정학적 긴장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동과 중남미 해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주요 국가 간 갈등은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 가격이 원유 가격을 웃도는 이른바 ‘은이 기름보다 비싼’ 현상은 45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산업 구조 변화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실물 수요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강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