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금융당국이 다국적 기업의 자금 운용 규칙을 전면 손질하며 위안화와 외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개별 승인과 복잡한 외환 절차로 묶여 있던 국경 간 자금 이동을 기업 자율 영역으로 넘기면서 중국 내 글로벌 기업 운영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31일 중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다국적 기업의 위안화·외화 통합 자금풀 제도를 전국 범위로 확대 시행하는 내용의 통지를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중국 내외 계열사가 보유한 위안화와 외화를 하나의 자금풀로 묶어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에는 위안화 자금과 외화 자금을 별도로 관리해야 했고 해외 송금이나 차입 시마다 개별 승인과 사후 심사가 필요했지만, 새 체계에서는 자금 성격 구분 없이 통합 운용이 가능해졌다.
참여 요건은 자금 규모 중심으로 설정됐다. 중국 내 계열사의 전년도 국제수지 규모가 70억 위안(약 1조 4,441억 원) 이상이거나 중국 내 매출 100억 위안(약 2조 630억 원), 해외 계열사 매출 20억 위안(약 4,126억 원) 이상일 경우 대상에 포함된다. 시범 운영 단계에서는 98개 다국적 기업과 약 5,000개 계열사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운용 방식의 핵심은 정부 사전 승인 절차의 제거다. 기업은 계열사의 자기자본 규모와 연동해 외채와 해외 대출 한도를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해당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차입·대여·송금을 수행할 수 있다. 외환 거래 시 제출해야 했던 거래 증빙과 승인 문서도 대폭 간소화됐다.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 위스트론은 제도 적용 이후 외채와 해외 대출 한도를 내부적으로 관리하며 저비용 해외 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목축업 기업 하이다그룹은 해외 자금 조달 소요 시간이 수일 단위에서 실시간 처리로 단축됐고, 별도의 증빙 제출 없이 거래 진실성에 대한 서약만으로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기업 CATL은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이 제도를 활용해 6개월간 300억 달러(약 4조 3,3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해외 계열사 간 자금 이동과 차입 구조를 하나의 계정 체계로 묶으면서 환전 비용과 유동성 관리 부담이 동시에 낮아졌다.
이번 전국 확대는 다국적 기업의 중국 내 자금 운용을 규제 대상에서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외환 통제를 유지하되 기업 내부 자금 순환은 자율에 맡기는 구조가 제도화되면서 중국 금융 시스템 내 글로벌 기업의 역할과 위상이 함께 재정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