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 | 베이징의 여름 야경을 새롭게 정의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27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 량마허(亮马河, Liangmahe) 강변이 외국인과 현지 젊은층 사이에서 ‘베이징의 세느강’이라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광열로 달아오른 도심과 무비자 관광 확대 속에서, 이 강은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이자 도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여가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량마허 야간 카약', '국제친구들과 패들보드' 같은 해시태그가 SNS를 도배하며, 수도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전 세계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징 동북부 외교구역을 따라 흐르는 량마허는 원래 배수용 수로에 불과했지만, 2016년 시작된 대규모 정비사업을 거쳐 2019년 시민 친화형 수변공간으로 변모했다.
청화백석으로 둘러싸인 강변에는 습지와 초지가 어우러진 산책로가 이어지고, 마블 사이사이로 솟은 버섯과 개구리 울음소리가 도시의 밤을 물들인다.
량마허 포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이 구간의 유동 인구는 14% 증가했고, 주변에는 400여 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다. 상권 활성화도 32% 이상 늘었다.
야경 속 수상 스포츠 명소로 주목받는 '블루하버 선착장'은 지하철 14호선 자오잉(枣营, Zaoying)역에서 도보 5분 거리다.
아르헨티나 출신 배우 세바스티안은 “14년간 중국에 살며 다양한 여가를 찾았지만, 량마허는 베이징에서 보기 드문 수상 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 베이징을 찾은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았고, 어머니는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다녀온 뒤에도 량마허를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꼽았다고 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이면, 베이징 CBD에 근무하는 리신(李欣)은 퇴근하자마자 량마허로 달려와 카약을 타며 일상의 긴장을 푼다.
“처음엔 강에 뛰어드는 게 부끄러웠는데, 나이 든 아저씨 4명이 동시에 다이빙하는 걸 보고 도전하게 됐어요. 지금은 친구도 많이 생겼고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죠.”
량마허는 더 이상 외국인 전용 명소가 아니다. 현지 시민과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이 뒤섞이는 진정한 ‘문화 교차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2024년에는 중남미 19개국 인플루언서들이 야간 유람을 생중계했고, 이 경험은 중국 여행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도시 설계 전문가 리윈(李云)은 “베이징은 직각으로 구조화된 도시지만, 량마허는 굽이치는 흐름으로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연결한다”고 평했다.
그는 “도심에서 무료로, 시간 제한 없이 누울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갈망이 량마허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200미터 강변에 카약과 패들보드 40여 척이 몰리며 '수상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시 당국은 사고 방지를 위해 쓰레기 수거를 강화하고, 안내 요원을 배치했다.
또한 2023~2025년 국가 스포츠 기반시설 계획에 따라, 수상 안전 안내 표지와 구조 시스템, 디지털 감시 체계도 구축 중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여전히 안전 문제를 우려한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댓글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느린 여행 시스템과 수변 공간의 유기적 연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