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차이나데일리 | 간쑤(甘肃, Gansu)성 둔황(敦煌, Dunhuang)은 고대 실크로드에서 동서 문명이 교차하던 중심지로, 생생한 불교 벽화와 조각이 남아 있는 모가오굴(莫高窟, Mogao Grottoes)이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제 둔황은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수천 년의 문화유산을 토대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도시들이 협력하고 이해를 넓히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13일 열린 ‘2025 글로벌 시장 포럼·둔황’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포럼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둔황에서 개최됐다. 주제는 ‘문명의 교향, 조화의 공명(A Symphony of Civilizations, Resonance in Harmony)’으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를 실행하고 국제 소통 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행사에는 중국과 해외에서 온 2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으며, 이 중에는 9개국 정부 대표단과 문화기관 관계자 23명이 포함됐다.
둔황 아카데미의 쑤보민 원장은 “수년간 우리는 고대 벽화, 조각, 석굴 사원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기술은 모가오굴의 보존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 보호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둔황 아카데미의 문화유산 보존 모델은 중국 전역의 주요 문화유적지에 확산되어 있으며, 앞으로는 키르기스스탄 등 일대일로(一带一路, Yidai Yilu) 참여국으로 보존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제 도시 간 협력도 활발히 논의됐다. 둔황시는 아르메니아 코타이크주 가르니(Garni)시와 자매도시 협약을, 튀르키예 마니사(Manisa)시와는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마니사 광역시 부라크 데스테(Burak Deste) 사무총장은 “둔황이 문화적 깊이를 창의적 제품과 무형문화유산을 통해 세계에 알리는 점이 인상적이다”라며, “양국 시민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해 역사유적을 탐방하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둔황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Venice)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니발 예술감독이자 베네치아 카니발 위원회 의장인 마시모 안드레올리(Massimo Andreoli)는 “둔황과 베네치아처럼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닌 도시에게 가장 큰 도전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라며, “전통적 수공예 기술을 보존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홍보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도시들이 환경 보호 등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포럼을 통해 각국 참가자들이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고 이해를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국립박물관 중국 대표 스티븐 백(Steven Back)도 둔황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둔황은 고대 실크로드에서 문명 간 교류의 요충지였던 것처럼, 이번 행사 역시 상징적인 장소에서 열렸다”며 “디지털 둔황(Digital Dunhuang) 프로젝트 덕분에 중국과 해외 학자들이 둔황의 문화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국제 문화 교류는 문명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