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 병원에서 사용되는 연성 내시경이 단순한 진단 장비를 넘어, 의료영상·인공지능·통신 기술이 집약된 전략 의료기기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정책과 산업 체인이 맞물리면서 영상 품질, 장비 구조, 데이터 활용 방식이 동시에 변하는 흐름이 의료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일 KIC중국에 따르면, 연성 내시경은 유연한 구조와 낮은 침습성을 바탕으로 위장관·호흡기·이비인후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핵심 진단 장비로 활용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은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축으로 꼽힌다.
연성 내시경은 부드러운 광섬유나 전자 영상 부품으로 구성된 긴 관 형태 장비로, 식도·위장관·기도 등 인체 내부 통로를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광섬유 또는 디지털 영상 시스템이 결합돼 내부 영상을 실시간으로 외부 모니터로 전달하며, 조직 관찰과 병변 탐지뿐 아니라 생검·용종 제거 같은 최소 침습 시술에도 바로 활용된다.
경성 내시경이 단단한 금속 구조로 직선 통로나 개복 수술에 주로 적용되는 것과 달리, 연성 내시경은 구불구불한 해부 구조를 따라 움직일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연성 내시경은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필수 장비로 인식되고 있고, 의료진은 한 번의 시술로 진단·조직검사·경미한 처치를 연계해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넓혀가고 있다.
정책 환경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의료장비를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내시경 산업을 둘러싼 제도·표준·지원책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중국제조 2025는 영상 장비와 의료용 로봇 등 고성능 진단·치료 장비의 개발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내시경 기술 고도화를 장기 과제로 포함했다.
소화기 내시경 진료기술 임상응용 관리규범은 진료 행위와 장비 사용을 세부적으로 규범화해 의료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각 의료기관이 자체 역량에 맞는 내시경 진료만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의료장비 산업 발전 계획에서는 광학 렌즈, 내시경 광섬유, 복강경 수술 관련 로봇 등 핵심 부품 기술 개발을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며, 다수의 의료기기 기업을 글로벌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국민건강계획과 베이징 국제 과학기술 혁신센터 조성 방안 등에서도 의약·건강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첨단 의료기기와 디지털 의료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이 강조됐다.
자연재해나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의료기기를 신속하게 국내 시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사용 제도 정비 논의도 이어지며, 내시경을 포함한 핵심 의료기기의 공급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는 업스트림·미들스트림·다운스트림으로 세분된다.
업스트림에는 광섬유,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정밀 렌즈, 유연 소재, 각종 센서 등 핵심 원재료와 부품 기업이 위치하며, 이 단계에서의 기술 수준이 장비의 해상도·유연성·신뢰성을 좌우한다.
미들스트림에는 연성 내시경 본체를 설계·조립하는 제조 기업들이 자리한다.
영상 처리 알고리즘, 기계·전자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멸균·방수 설계 등 다수 기술을 한 장비에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 제조 역량과 의료기기 규제 대응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다운스트림은 실제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전문 클리닉·지역 재활센터 등 의료 현장으로, 이 단계에서 수요 구조와 사용 패턴이 다시 산업 전반의 기술 요구로 되돌아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 연성 내시경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9년 53.4억 위안(약 1조 100억 원)에서 72.3억 위안(약 1조 3,700억 원)으로 확대됐고, 2025년 수치로 81.2억 위안(약 1조 5,400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전체 내시경 시장에서 연성 내시경은 가장 큰 비중인 27.6%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장비가 24.2%, 관련 부품이 26%, 경성 내시경이 22.2% 수준으로 나타난다.
위장관·호흡기·이비인후 영역에서 활용 범위가 넓고, 통합 기능이 많다는 점이 연성 내시경 비중을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쟁 구도는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
연성 내시경 장비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 상단을 형성하고 있고,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이 중국 내 주요 공급자로 자리해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오화내시경은 정밀 가공·영상 알고리즘·소프트웨어·광학 설계를 결합한 의료용 전자 연성 내시경을 공급하고 있고, 연간 내시경 관련 매출이 6.22억 위안(약 1조 1,800억 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제시된다.
연성 내시경은 인체 내부 깊은 통로까지 삽입되는 구조 특성상, 긴 거리의 광·전기 신호 전송과 높은 유연성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고, 직경은 작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장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설계·제조 공정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고, 결과적으로 진입장벽도 상당히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연성 내시경 산업의 다음 단계는 기술 구조의 다층적 변화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 고해상도 영상 기술이 핵심 축으로 자리한다.
4K·8K 수준의 초고화질 영상과 3D 영상 기술은 병변의 세부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보여주고, 입체 시야를 제공해 복잡한 시술에서도 의료진이 미세한 조작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중 스펙트럼과 형광 영상 기술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조직 차이를 영상 신호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병변 탐지 범위를 넓히는 데 활용되고 있다.
둘째, 소형화·유연화 설계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소아 환자나 좁은 해부 구조를 가진 부위에서는 내시경 직경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새롭게 도입되는 유연 소재는 복잡한 해부 구조에서도 안정적으로 굴곡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신형 소재 업계와 내시경 제조사가 긴밀하게 연계되며, 소재 선택과 구조 설계가 동시에 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셋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조 기술이 본격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능은 내시경 영상에서 병변 후보를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유형별로 분류해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내비게이션 기능은 내시경의 위치와 병변 좌표를 연동해 안내함으로써 조직을 반복 조사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고, 내시경 조작 경로를 더 정교하게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넷째, 5G와 원격 의료의 결합이다.
연성 내시경 영상은 5G 통신망을 통해 초저지연으로 전송될 수 있어, 원격 협진과 교육, 복잡한 시술의 실시간 자문 체계에 적극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내시경으로 생성된 영상·데이터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저장·관리돼 사후 분석, 장기간 추적, 교육용 데이터로도 활용되며, 병원 간 데이터 공유 구조를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다섯째, 고성능 센서와 통합 기술이다.
온도·압력·pH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센서가 내시경에 통합되면, 영상뿐 아니라 여러 생체 데이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는 위·장관 상태, 점막 환경, 시술 과정에서의 부담 정도 등을 한 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능으로, 의료진의 판단 요소를 세분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섯째, 국산화와 산업 체인 통합이 병행되고 있다.
광학 부품, 카메라 모듈, 센서, 케이블, 소프트웨어 등 핵심 요소를 국내 기업이 직접 공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 내에서 하나의 일체형 생산 체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연성 내시경은 소화기·호흡기 등 다양한 진료 영역에서 사용되는 만큼, 하나의 장비 기술이 여러 임상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고, 수술용 로봇이나 AR·VR 기반 시각화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수술실 환경에서도 연결 지점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고해상도 영상 처리, AI 알고리즘, 임상 소프트웨어, 위·대장내시경 보조 솔루션 등에서 연계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고, 내시경 관련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설정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다.
의료 현장과 산업 현장을 함께 아우르는 중국의 연성 내시경 산업 구조는 정책, 기술, 임상 수요가 한 축으로 묶인 상태에서 의료기기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