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화웨이(华为, Huawei)가 자국 기술로만 구성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행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이후, 중국 내부에서 추진 중인 ‘자립형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중국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MIIT)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화웨이 클라우드’(HUAWEI Cloud)를 기반으로 AI 훈련·추론 전용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어센드(昇腾, Ascend) 시리즈 칩과 쿤펑(鲲鹏, Kunpeng) 서버를 중심으로 고성능 연산센터를 확충하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훈련 효율을 40% 이상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립형 지능 컴퓨팅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중국 각 성(省) 단위의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 허브를 하나의 지능망으로 연결해, 국가 차원의 AI 자원 배분과 연산 협업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중국형 AI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불리며, AI 서비스의 국산화율을 9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자체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 자립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근본 구조를 새로 짜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미 선전(深圳, Shenzhen) 본사와 구이안(贵安, Guian) 데이터센터를 연결한 초고속 네트워크를 완성했고, 쓰촨(四川, Sichuan), 허페이(合肥, Hefei) 등 내륙 지역에도 추가 거점을 확장 중이다.
또한 화웨이는 AI 학습 데이터의 효율적 분산처리를 위해 ‘펑후이(鹏辉, Penghui)’라는 클러스터 운영체계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서버 자원 대비 30% 적은 전력으로 동일 성능을 구현하며, 전력 절감형 AI 연산 구조를 통해 에너지 효율도 크게 높였다.
중국공업정보화부는 화웨이의 독자 인프라 구축을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강화 전략과 연동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전국 30여 개 도시에 AI 전용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국가 인공지능산업 연합 플랫폼을 통해 주요 기업 간 기술 표준을 통합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번 화웨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미국 엔비디아(NVIDIA) 등 외국 반도체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반도체·AI·클라우드 산업의 자급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를 통해 연간 AI 산업 규모를 2조 위안(약 40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독자 인프라는 단순한 기술 대응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체계의 대체 축을 세우는 시도”라며 “AI 칩, 클라우드, 운영체계(OS)가 모두 국산화되는 것은 중국 디지털 주권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신형 생산력(新质生产力)’ 전략과도 맞물린다.
지능형 제조·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주요 산업의 기반 연산 능력을 국산 AI 네트워크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화웨이의 기술 자립은 결국 중국형 AI 생태계의 심장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화웨이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1단계 구축을 완료하고, 2026년까지 전국 AI 자원 통합망으로 확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