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광 비자 면제, 이 한 걸음이 필요한 이유
[더지엠뉴스] 한국 정부가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엔 일시적 관광 진흥 정책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결정이 가지는 의미는 훨씬 크고, 깊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의 빙벽을 처음으로 살짝 녹이는 ‘물방울’ 같은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깊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는 마치 서로 등을 돌린 듯했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이어진 정치적 갈등, 코로나19로 인한 하늘길 차단, 그 사이 틈을 비집고 자라난 편견과 혐오.
단절은 길었고, 그 고립은 점점 굳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등을 지고 살 순 없다.
관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얼굴을 보고, 웃고, 때론 불편함도 겪으며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 안에 문화 교류가 있고, 경제 협력이 있고, 신뢰 형성이 있다. 이 작은 교류의 씨앗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큰 외교가 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면, 국내 관광 산업은 확실히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명동 거리의 공실률은 줄고, 제주도의 숙박업은 다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대형 쇼핑몰뿐 아니라 지방의 전통시장, 골목식당까지도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중국인 관광객 100만 명이 늘어날 때마다 GDP가 0.08%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정책을 환영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 회복'이라는 가치다. 지난해 중국이 먼저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했고, 이번엔 우리가 답했다. 이건 정치적 계산을 넘은 상호 존중의 제스처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더 큰 협력과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지금도 온라인에서는 “간첩이 들어올 거다”, “치안이 불안해진다”는 말들이 떠돈다. 이건 근거 없는 공포이고, 자기 고립의 신호다. 정작 한국에 온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하고 있는 일은 뭐였나? 김치찌개 먹고, 마스크팩 사고, 사진 찍고 돌아가는 평범한 여행자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편견과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건, 국익에도, 국민 정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을 무조건 ‘의심의 대상’으로만 보는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적 유연성을 깎아먹는다. 이제는 그러한 이분법적 시선을 거두고, 한 걸음 더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
물론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우린 때론 다르게 보고, 다르게 판단하고, 때론 대립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름을 이유로 단절하는 대신, 다름 속에서도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계’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 첫 걸음을 뗀 순간이다. 무비자 입국이라는 작은 문이 열렸다. 이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들어오고, 경험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게 곧 양국의 미래를 밝히는 촛불이 될 수 있다. 외교는 대사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 위의 만남, 시장의 대화, 사진 한 장 속의 미소에서 외교는 시작된다.
한국과 중국은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 그 시작은 이처럼 소박하고 조용한 정책 하나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이 조치를 단순히 ‘관광 허용’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리에겐 지금, 마음의 문을 열 용기와 상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가야말로,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졌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