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중국이 자국의 이익이 희생되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25일 다이빙(戴兵, Daibing) 주한 중국대사는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한국외대 황재호 교수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교역 상대국에 일방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국제 규범을 위반한 일방주의적 행위이며,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위협과 압박으로 일관한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며, 대화와 협상이 목적이라면 평등과 존중의 원칙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과 미국 간 통상 협의에 대해선 “한국 내부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떤 나라도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거래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미국의 잘못된 조치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되며, 모든 국가가 공동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협력 분야에 대해서는 중한 관계의 구조적 강점과 상호 의존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과 중국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실질적 협력을 지속해왔고, 경제·무역 관계는 양국 관계의 ‘밸러스트 스톤’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중한 무역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3280억 달러에 달했고, 중국은 20년 넘게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며 “한국은 다시 중국의 두 번째 무역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이는 중한 협력의 기반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의 잇단 철수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양국 간 산업 경쟁이 격화하면서 일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일시적인 조정 과정일 뿐이며, 한국 기업은 여전히 창의력과 강한 회복력을 갖춘 만큼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신임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도 고수준의 대외 개방을 지속할 것이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협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이 대사는 “첨단 제조, 반도체, 바이오 의약,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은 높은 상호 보완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런 영역이 향후 양국 경제협력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반중 정서에 대해서는 “중국도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중 이슈를 악용하는 일부 세력, 교류 단절에 따른 오해, 그리고 부정적 여론 확산 등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은 이미 작년 11월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단기 비자 면제를 시행했고, 양국 항공 여객도 최근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해 구조물 논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다이 대사는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은 심해 어업 양식 시설로서, 해양 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며, 국제법과 중국 국내법을 모두 준수하고 있다”며 “한중어업협정의 정신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한국의 권익에도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해양 협력에 대해서는 “양측은 해양과학 연구, 환경 보호, 법 집행, 구조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며 “황해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해양경계 획정과 다자 틀 내 협력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习近平, Xi Jinping)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여러 차례 시 주석의 참석과 방한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중국도 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고위급 교류 확대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외교관으로서 1995년부터 외교부 아프리카사에서 활동해온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중한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992년 수교는 냉전의 얼음을 깨뜨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양국 관계는 이미 양자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한중우호를 견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선택이며, 이를 흔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다이 대사는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에 부임했으며, 이전에는 유엔 주재 중국 부대표로 활동한 외교관 출신이다.